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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9 09: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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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당신에게 나좀 봐달라 이야기 해야 하느냐
내가 싫다는데
왜 당신 하고싶은대로만 하느냐
..
그 당시 집사람이 했던 말들과 비슷하거나 아예 토시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말들이 오고갔었군요.
과거 저희는 이 시기를 권태기라 생각하고 있답니다.
아내가 저에게 갑자기 연애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예전엔 안그랬다, 내 눈을 1분 이상 봐달라 왜 못보느냐 등등의 언행과 함께
갑자기 하루에 한통씩 나는 보여주지 않고 내게 쓰는 편지라며 비밀 편지를 쓰고, 둘만 있는 집인데 헬로키티 화이트보드를 가져와서 거실에 떡하니 걸더니 여기다가 하고싶은 말이나 하고싶은 것을 쓰자며 평소엔 안하던 것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 이마트에서 바둑판도 사왔었네요. 같이 오목두자며..
계속 아내와 나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확인했습니다.
전 갑작스레 집에서 일상에서 의무적으로 뭔가를 계속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멀쩡히 숨쉬는 사람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사랑은 이사람이고,
술이 떡이 되고 전봇대에 외투를 걸치고 길바닥에서 노상을 할 지언정 니 마누라 이름이 무어냐 물어보면 틀림없이 내사람 이름 석자 말 할 것이고 자다가도 하늘이 무너지면 틀림없이 내사람 끌어안고 감쌀것임에 한치의 거짓도 선택의 여지도 없을 터인데
내사람은 그렇지 아니한거..
곁에서 이렇게 너와나 아닌 우리로써 같이 있는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계속 갈구하는 행동에
어느샌가 저도 내 모든걸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이 사람 옆에서 나로 돌아가야할 시간에 다시 나를 주섬주섬 주워입고 가장, 혹은 한 여자의 남편으로써의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날 봐달라는게 그렇게 힘드냐
난 당연한데 그게 당신에겐 일이냐 물으시겠지만
평생을 다르게 살아온 사람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건 힘든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물을 마십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일정량을 챙겨 마시는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
그 사람에게 당신은 공기임과 동시에 물입니다.
없으면 안되는 존재입니다.
ㅇㅇ아파트 ㅇ동 ㅇ호를 우리집이라 불러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사람이고
어머! 총각인줄 알았다는 말에 "저 유부남입니다!"하며 너스레 떨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사람이고
지금 뱃속에서 열심히 세상으로 나올 채비를 하는 아가천사가 세상으로 힘찬 첫걸음을 내딛을 때에 글쓴이와 같이 세상을 다 얻은듯 기뻐하고 벅차오름을 느끼고 생전 믿지도 않던 신에게 감사하다 말할 유일한 사람입니다.
일촌이니 이촌이니 촌수 따질 무언가가 아니예요.
둘이 같이 있는게 중요한거고 같이 있기로 한 것이 중요한거고 내게 돌아갈 곳이 서로임을 알고 있는게 중요한거고 싫어도 미워도 이 사람이 나를 울려도 같이 있는게 중요한거예요.
둘은 한 배를 탄게 아니예요.
둘은 이미 하나잖아요. 우리잖아요.
어디 가서 이사람곁에서 있을 때 보다 편안할 수 있나요?
..남편도 지금 글쓴이 곁에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