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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1 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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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스 해빌랜드 캐리어(Willis Haviland Carrier)
에어컨 발명 공로로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국립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으며, 1998년 타임지 선정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도 선정됨.
1876년 뉴욕 출생. 코넬대 기계공학 전공 후 '버팔로 포지 컴퍼니'라는 제철소에서 근무했는데 캐리어는 사실 처음에는 난방시스템을 만들었음. 증기로 공기가 지나가는 관을 가열해서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난방시스템을 구축하여 제철소의 구형 난방시스템을 교체해서 회사에 큰 이익을 남기고 그 공로로 입사 1년만에 팀장에까지 오름.
이후 버팔로 포지 컴퍼니의 고객사 중 하나인 인쇄소에서 캐리어에게 '우리 인쇄소는 여름만 되면 고온과 습기 때문에 인쇄용지가 변질되어서 책을 제대로 인쇄할 수가 없습니다. 뭐 좋은 방법 없겠습니까?' 라고 상의를 해 옴. 캐리어는 자신이 개발한 난방시스템을 역으로 찬물을 파이프로 보내 공기의 온도를 낮추는 냉방시스템을 고안함. 다만 문제는 더운 여름에 찬물을 어디서 구하느냐였는데, 안개낀 피츠버그 기차역에서 '물이 안개로 변하면서 열을 흡수, 온도를 낮추는' 현상을 보고 자신의 냉방시스템에 도입하여 인쇄소에 설치함. 이후 캐리어는 지속적인 연구로 에어컨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과 원리를 개발함.
초창기 에어콘은 가정용이 아니라 주로 공장을 시원하게 하는 산업용 공조시스템이었음. 캐리어는 자신의 제철소가 이런 시스템 판매를 확대하기를 바랬으나 마침 터진 1차대전 때문에 제철소가 군사물자를 생산하는데 집중하기로 하면서 캐리어는 에어컨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제철소를 퇴사, 자신의 회사를 설립함.
에어컨은 1920년대 들어 민간으로 확산되었으며 백화점, 극장, 미 의회 등에 설치되었음. 그러나 생각보다 에어컨의 수요가 적었고 마침 터진 세계대공황때문에 결국 캐리어가 만든 회사는 다른 난방 및 공조 관련 기업들과 합병해서 '캐리어 코퍼레이션'이라는 이름의 회사가 되었고 캐리어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남.
캐리어는 1950년 사망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사후 경제호황과 맞물려 에어컨 시장은 급격하게 발전함. 에어컨의 발명으로 폭염으로 사람 살 곳이 아니던 미국의 휴스턴, 라스베가스 같은 서부와 남부 지역이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중동이나 남미, 아프리카 같은 열대 기후의 국가와 도시들은 에어컨의 발달 이후에야 성장을 이룩하기 시작했음. 오죽하면 싱가폴 리콴유 전 총리는 에어컨을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으며 "에어컨이 없었다면 싱가폴도 없었을 것이다." 라고 했을 정도. 또한 에어컨 발명 이후 더위와 관련된 질병 사망률이 최대 40%까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음. 이정도면 "에어컨이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꿨다" 라는 말이 완전 틀린 말은 아니라는 얘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