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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8 1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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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시국선언 자체는 확실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선 1) 학생회의 신뢰와 윤리 문제입니다. 총학생회는 그간 학교 축제 기간 중 소음문제, 교내 게임 동아리(디럭스)의 사이버 고연전행사 탈취, 교내 열람실 축소 등의 문제에 있어 일반 학우들과의 소통부족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시국선언 작성에 있어 학우 의견수렴 절차 없이 작성되었고, 그 주체 또한 '고려대학교 학생 일동'이 아닌 '시국선언 참가자 일동'으로 작성되면서 민중연합당 등의 단체를 함께 적어놓았습니다. 그렇게 이 시국선언문이 '고려대학교 학생'을 대표할 수 있는가 하는 비판이 일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 학생회 측 인사의 시국선언을 '해준다' 라는 식의 발언 및 기존의 소통부재를 이유로 탄핵서명이 진행되었으며, 이에는 실명, 학과 및 연락처를 기재하도록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건을 학생회 측에 제출한 이후, 당해 문건이 사사로운 목적으로 이용되면서 윤리적 문제가 더욱 불거지게 되었습니다. 2) 대학교 시국선언문의 존재 이유 측면에서입니다. 대학교가 가지는 의미는 진리의 상아탑을 너머,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는 기성정치와 궤를 달리합니다. 학우들은 학교의 교훈과 이념을 반영하여 진리를 탐구하고, 자신의 정의를 화깁하여 이에 비추어 현실을 자유롭게 비판합니다. 우리 학교의 이념인 '자유, 정의, 진리'가 의미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본인 의견에 기성정치권으로부터의 이념이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학교를 대표하는 시국선언문에 넣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대학교는 여당이 어느 당이건,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건, 어떤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건, 그 판단 기준을 학교의 진리와 이념에 빗대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 선배들을 4.18혁명으로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따라서 연세대학교의 교훈처럼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진리를 걷고, 역사를 걷는 사람들은 일시적인 정치, 이념, 집단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연 지금과 구성이 똑같은 학생회가 진보 정권에서도 날 선 비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이미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아시길 바랍니다. 3) 시국선언문 작성과 관련한 문제점입니다. 시국선언문 작성은 원칙적으로는 모든 학우들의 의견을 받아 취합한 후 몇날 며칠의 숙고를 통해 만들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이번에 낸 시국선언문도 충분히 명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장에 만족하지 않아 다시 작성했을만큼 그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에서 발표한 시국선언문은 1)에서도 말했듯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였으며, 또한 그 초안을 총학생회장이 아닌 동아리 연합회 인원이 초안을 작성하였고, 처음 발표된 시국선언문의 문장 수준은 도저히 숙고를 거친 글이라고는 보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일반 학생을 대표할 권리는 총학생회장에게 있고, 시국선언문 작성의 권리는 우리를 대표할 사람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대통령의 연설문이 그러하듯이. 4) 마지막으로 외부세력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학교 생활이나 일상생활, 혹은 기성 정치 활동을 함에 있어 자신의 당적을 밝히고, 그로부터 받은 영향을 표출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최소한 학생사회에 있어서는, 그들에게 '당원'이 먼저인지 '학생'이 먼저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민중연합당 고려대지부'라는 말에는 '당원'이라는 말과 '학생'이라는 의미가 혼재하지만 무게중심은 '당원'측에 쏠려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원'이 공유하는 가치와 '학생'이 공유하는 가치가 다분히 다른 상황에서, 고려대학교 '학생'이 주체가 되어야 할 시국선언에서 외부세력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후 개정된 선언문에서 이를 비롯한 각종 단체들의 이름이 빠진 것도 이러한 이유였으리라 생각합니다. 5) 이번 학생총회에 갖는 기대는 매우 큽니다. 수업시작 전에 담당하시는 학우분께서 큰 목소리로 홍보를 해주셨는데, 절로 박수가 나왔습니다. 정말 대단한 학우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보를 하고, 의견을 모으고,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이 당연한 절차입니다. 혹시 주위에 학생회 학우가 있다면, 시국선언문 발표 과정의 실패를 발판삼아 이번 학생총회를 부디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P.S.) 현재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은 수정되어 올라가있는 상태입니다. 위에서 지적했던 문제들은 시국선언문이 처음 올라왔을 때 발생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었다고 보지는 않지만, 혹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