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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2 04: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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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항모를 가진다면 생각해볼 대응수단은 2가지가 있습니다. 상대가 항모를 보유함으로써 할 수 있는 일들을 우리도 할 수 있게 하는 무언가의 보유, 그리고 상대 항모를 상대할 수 있는 무언가 입니다.
상대가 항모가 아닌 1차대전기 참호돌파용 전차를 보유했다고 했을 때 전자는 상대와 같은 전차, 또는 전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참호돌파용 장갑수레나 방패 등이겠죠. 반면 후자는 상대의 전차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병기가 아니라 상대의 전차를 무력화 할 수 있는 대전차 소총과 대전차포입니다.
전자는 아무래도 상대와 같은 항모를 보유하는것이 되겠죠. 상대가 항모를 보유함으로써 할 수 있는 일들을 우리도 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양작전이 가능하고 파병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으로 경쟁을 이기려면 상대보다 더 많은 항모를 보유해야 합니다. 순전히 돈빨 물량빨로 밀어야만 이길 수 있죠.
반면 후자는 대전차전 말고는 사실상 무쓸모인 대전차소총처럼 오로지 상대의 항모를 겨냥한 무기체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함미사일과 공격잠수함, EMP탄 등이겠죠. 보유한다고 해서 항모가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작전능력을 가지는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상대의 항모를 무력화 하는 능력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보유하는데 의의를 두며 후자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죠. 전자는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언젠가 필요하게 될 때를 대비해 언젠가 분명 만들어보기는 해야 하고 지금이 적기입니다. 또, 후자는 의외로 전용 목적 외에는 무쓸모인 대전차소총과 달리 여러 부가적인 능력들이 있죠.
따라서 항모보유가 돈낭비라고 마냥 반대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주변국의 항모경쟁에서 오로지 뚝심있는 항모보유만으로 이길 생각도 말아야 합니다.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상대가 바위를 낼 때 더 크고 많은 바위들을 밀어붙여도 이길 수 있겠지만 작은 보 하나를 내는 것으로도 이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보를 내는 상황에서는 보의 뒤를 칠 가위를 대비해 바위도 보유해야 합니다. 우리가 상대의 전략병기를 비대칭 전력과 상성좋은 무기로 손쉽게 대응했다면 상대도 우리의 대응책을 손쉽게 대응할 다른 타개책을 내놓을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하는거죠. 이 때문에 동시에 여러방면에서 골고루 국방사업을 벌여 균형있는 발전을 이루어야 하고, 하나에 올인한 거대 결전병기를 만들어내어 신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경항모가 맘에 안든다고 대형 원자력항모를 뽑거나 초대형 원잠을 흠모하여 원잠 함대를 계획하거나, 육해공 예산을 다 끌어와 탄도미사일 양산에 꼴아박는 것 같은 짓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거대 결전병기에 예산을 꼴아박은 나라들은 죄다 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