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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31 03: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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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맞습니다. 정체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속성과 구조가 본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프로그램의 경우 데이터가 담긴 하드웨어가 중요한게 아니므로 오로지 데이터, 즉 구조만이 중요하고 복사하여 다른 저장장치에 저장해도 그것은 원본이나 마찬가지의 가치를 지닙니다. 애초에 잘라내기 해서 이동시키는건 이동이 아니라 복사 후 원본의 삭제이기도 하고요.
사람의 경우 정신이 담긴 그릇보단 정신이 본질에 가까우므로 뇌와 육신보단 뇌세포간의 연결상태에서 기인하는 정신, 즉 구조가 본질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자아가 있고, 특수한 고유성이 있기 때문에 오로지 구조만이 본질이라고 아무곳에나 담아서 원본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기는 무리입니다. 텔레포트랍시고 원본을 원격복제한 후 원본을 소거해버리면 살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복제본이 복제에 불과하여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 또한 아닙니다. 원본과 동일인이 아닐 뿐, 인간으로써 존엄성은 동일하게 존중해주어야 하죠. 따라서 정신과 정신이 담긴 뇌까지는 본질로 봐야 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통한 연속성 유지가 없다면 동일인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그러나 여전히 뇌세포의 구성물질이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라 먹는 영양소를 이용해 서서히 바뀌어가기 때문에 구성물질이 본질이라고 보기도 힘들죠. 때문에 인간본질의 규정과 영생의 방법이 미스터리인 것입니다. 방법만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받아들일 가치관적 문제가 많죠.
개인적으로는 정신을 복사해서 컴퓨터에 프로그램화 해서 넣고 영생이라고 우기는건 자살행위이며, 그나마 타협가능한 선은 뇌를 생명유지장치에 연결하여 장수를 노리는 과정에서 조금씩 뇌 일부 일부를 유지보수 가능한 기계장치로 치환하여 기계뇌로 옮겨타 생물기반 인간형태를 벗어나는 영생의 방법까지라고 봅니다. 물론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애초에 생물기반 뇌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면 가장 좋겠죠.
게임 SOMA를 적극 추천합니다. 지구멸망 직전에 심해로 도망친 인류 잔존세력들이 대규모 탈출선을 계획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신체를 포기하고 정신복제와 전뇌화를 통한 문명보전과 생존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하기 싫으시다면 유튜브의 walkthrough영상을 보시며 시나리오만 보셔도 흥미롭습니다. 복제한 정신은 동일인인가, 아니라면 그저 복제본에 불과한 의미없는 전자데이터에 불과한가. 또, 동일인이 맞다면 그 복제본의 행복은 원본인 나의 행복과 과연 직결되는가 같은 물음을 일인칭 관점에서 신랄하게 경험하고 쌉싸름한 찝찝함이 묻은 교훈과 물음을 남기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