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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4 23: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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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년 됐나?
용역회사에 근무할 때,
정말 악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선배가 원청에서 인원 감축하라고 한다며 담배 한대 피우고 있을테니 저보고 19명의 근무자를 짜르고 오라고 하더군요.
“미리 통보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자르냐! 그건 안될 것 같다” 고 했다가 엄청 혼났습니다.
“사람으로 보면 이 일 못한다” 면서 “그냥 19명 이름 부르고 내일부터 나오지 마시라고 하면 된다” 며…
이래저래 투닥거리다가 그냥 제가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현장 반장님 만나서 19명 해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하다고 하는데 눈물이 막 나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정말 황당하게도 그 분이 저를 위로해 주시더군요. “우린 원래 그랬었다” 면서. 그 말이 참 가슴아팠습니다.
죄책감이 많이 들더군요.
사무실에 들어와서 사직서를 쓰고 한달여를 고민하다 퇴사했습니다. 그리고는 현재의 업종으로 넘어오게 되었고요.
아웃소싱 분야는 합법이라는 미명하에 정말 잘못된 시스템이 너무 많습니다. 제게 그 강요를 했던 선임도 알고 보면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반복되는 환경 때문에 그러한 일들에 대해 무뎌진 것 같았고, 저 역시 그렇게 될까 두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