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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7 09: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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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한테 무슨 부탁을 받은 돈인데요? 누가 무슨 부탁을 한 돈인데요? 그 돈이 어떻게 된 건데요? 돈 마음대로 쓴 사람이 사과만 하는 건가요? 아니면 사과하면서 본인이 떼어 쓴 돈도 채워서 돌려주면서 얘기하는 건가요? 상황에 따라서 다르죠. 전 제가 돈 맡긴 사람이었으면 돈 맡기는 사람한테 네가 어찌되었거나 부탁받은 부분에 대해서 잘 지켜줬으면 한다 말하죠, 뭐 필요해서 돈 맡아놓은 사람이 본인 개인적으로 돈을 좀 쓰고 다시 채워놨으면. 이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고 넘어가면 그래 급해서 그랬나보다. 돈 채워서 다시 돌려줬으니까 괜찮아 하고 일단은 넘어가요. 내가 맡긴 돈이 원금 그대로 내 수중에 돌아와 있으면. 상관없어요. 사람이 견물생심이라고 돈을 보면 누구나 혹 할 수 있죠. 썼지만 나한테 돌려주기전까지 원상복구 시켜놨고 내가 맡겼던 대로 돌려받았으면 가타부타 너무 따지고 들지는 않을 거 같아요. 내가 맡길 때는 사람이 돈 보면 혹해서, 쓸 수도 있다 생각했어야 하니까. 내가 돈을 맡긴 거 부터가 내가 잘못한 거죠. 내 돈은 내가 수중에 쥐고 있어야 제일 안전하지. 어느 누구도 못 믿어요. 사람 견물생심이 진짜 무서운 거라. 나도 막말로 누가 돈 좀 맡아줘 하고 본인 돈을 덥석 나한테 맡겼는데 내가 나 돈 쓸 급한 일 있으면. '뭐 맡긴 사람이 돈 찾을 때 내 돈 메꿔서 돌려주지 뭐' 하고 '수중에 있는 돈인데 급한데 써야지'하고 견물생심 안 생긴다는 보장 없으니까요. 왜 썼냐 얼마를 쓰고 얼마를 다시 채워놨냐 그러니까 왜 쓰냐... 따지지 않아요. 잘잘못을 따지고 그러다보면 피곤해져요, 괜히 본질인 돈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들까지 들춰져서 감정 싸움 번지고. 어찌되었거나 결과적으로 내가 맡겼고 다시 돌려받았고. 그게 원금 그대로 돌려받았으면 그냥 내가 맡겼다가 돌려받은 거. 사과까지 하는데. 한 번 정도는 넘어가야죠. 나는 정말 도덕적이라서 내가 돈이 급한 상태에서 누가 나한테 돈 덥석 맡기면 그 돈 내가 급한데 일단 쓰고 메꿔놔야겠다 생각 안 할 그런 보장은 없으니까. 돈을 원상복구해서 조용히 돌려주면서 이러이러해서 내가 좀 썼는데 메꿨다 하면 일단 좋게 좋게 넘어가야죠. 하지만. 이런 일이 한 번 벌어졌으니 두 번 세 번은 더 쉽겠지라고 생각되어서, 두 번 다시는 이 친구한테는 내가 돈을 맡기거나 귀중품을 맡기거나 뭔가 맡아달라 부탁하는 일이 없어야죠. 부탁하면 본인 급하다고 내 걸로 또 뭘 할 줄 알고 믿고 맡겨요. 여기까지는 돈을 제대로 원상태로 돌려줬을 때 얘기고, 돈은 온데간데 없이 다 써버리고 와서 빵 사먹고 이러고 이러고 해서 내가 돈을 썼고 너한테 돌려줄 돈 없다 배째라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 시켜줘야죠. 어디 한 번 서로 몸으로 대화를 좀 나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