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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0 14: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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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하는 생각은,
사주는 사실 따지고보면 통계학에 가까워서
오랜 세월 수많은 군상들이 남긴 삶을 데이터로 하고, 그들의 사주와 별자리 배치를 변인으로 삼아
무언가 규칙성을 발견해 보려는 통계적 노력의 결과로 탄생한 학문이라 보여집니다.
근데 과학의 영역에서 사주를 보기 시작하면 사주를 재미로만 보아야 하는 까닭이 너무나 당연해 집니다.
과학의 영역에서 보면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힘은 총 4가지 입니다.
중력과 전자기력, 그리고 핵 내부에서 작용하는 약력과 강력.
근데 이 중 중력에 대한 공식을 이해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물체의 움직임과 그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외부변인이 통제된 실험실에서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외부 환경에서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 까닭은 실험자가 통제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외부변인들이
물체의 움직임에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즉각적으로 주기 때문입니다.
심하게 부는 바람, 폭우, 습도나 기온,
그 물체의 낙하하는 곳이 흙 위냐 콘크리트 위냐, 늪이냐, 강이냐, 바다냐,
경사로냐, 평지냐, 낙하 중에 근처를 지나치던 물체가 있느냐에 따라
물체의 움직임은 단순히 중력이란 팩터만으론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값의 움직임을 보여 줍니다.
떨어진 물체가 유리라면 강에 떨어져도 박살나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고체 나트륨이라면 폭발하며 튕김을 반복하다 산산히 부서져 사라지겠죠.
높은 질량을 가진 제 3의 물체의 접근으로 인해서 중력의 방향이 휘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주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위에서 적은 과학의 4대 힘 중에 가장 약한게 중력인데,
그 중력조차 직접 눈으로 힘의 작용을 보며 바로 그 존재를 증명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주는 그보다 훨씬 어렴풋하죠.
사주가 운명에 미치는 영향력이 존재하더라도 중력보다도 약한 힘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예를들어 큰 지진이 일어났다고 하면,
그로 인해 근처 도시에 쓰나미가 닥쳐서
해당 도시에 사는 수천명이 죽게 되고 수십만명이 수해피해를 입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사주를 타고 났어도 해당 도시에 태어났다면 사망하게 되거나, 수해를 피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날 사망한 모든 사람의 사주는 각기 뒤죽박죽인데,
모두 그날 사망할 사주를 가지고 태어났을 수도 없는 거고
그 모든 사람이 그날 수해를 입을 사주를 타고났을 수도 없는 거죠.
세계 최대 부호인 빌 게이츠나, 앨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와 같은 사주라도,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하거나, 과학을 배척하는 종교국가에 태어나거나,
시대를 잘못 만나 사농공상의 불평등한 제도에 영향을 받는다면,
당연히 지금과 같은 부를 얻기는 커녕 주목받지 못하고 천대받는 삶을 삶 수도 있는 거죠.
이처럼 외부 환경에 의해 좋은 사주도 나쁜 결과값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나쁜 사주도 외부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게다가 매일 우리는 좁은 지구에서 수천 수만의 낯선 이들과
인터넷/현실에서 짧은 접점을 가지며 스쳐 지나가는데
모든 질량을 가진 물체가 만유인력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그 모든 존재들이 주고받는 힘이 복잡하게 얽혀 나가다보면
나비효과처럼 전혀 예측지 못한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도 있겠죠.
사주가 기리키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도 자연재해처럼 나쁜 사람이 인생을 치고 지나가기도 할 겁니다.
중력을 가진 물체가 더 강한 중력을 가진 물체에 끌려가듯
재복이 있더라도 나보다 재복이 강한 타인이 주변에서 있다면
거기에 엮여 폐업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제로섬게임에선 재운이 좋은 사주를 가진 사람만 모아서 포커판을 벌여도 그 중 누군가는 잃는 거죠.
재운이 나쁜 사람만 모아도 누군가는 따는 거고요.
그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조우하게 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사주'로 획일화될 수 없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만들어지는 듯 하네요.
이러한 통제불가한 수많은 외부 환경적 요인이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거겠죠.
따라서 삶은 모든 외부변인이 통제된 실험실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사주를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해도,
어떠한 경향성만을 거시적 관점에서 어렴풋 느낄 수 있을 뿐 정확히 맞출 순 없다고 봅니다.
사주만으로 인생을 이해하려 하는 것은 중력 공식 하나로 현실 세계 외부요인을 까맣게 모른 채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려는 것과 다름 없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인 하나를 알고 있다는 것은 그것을 아예 모르는 것 보다는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데 한걸음이라도 더 나아가 있는 것은 맞기 때문에 무용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다른 힘의 영향력이 적다거나,
혹은 사주의 흐름을 더욱 강하게 만들 촉매 조건의 외부환경을 맞이한다면
사주에 의한 영향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나타나기도 하겠죠.
그래서 그냥 사주는 재미로 보면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