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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03: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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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핵피아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핵피아든, 신재생마피아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법칙과 같다.' 라고 말했죠.
자.. 그럼 소위 '핵피아'라는 것은 무엇일까 보면.
우선 산업이 생기면, 이해관계자가 생깁니다.
이 이해관계라는건 나 혼자의 영달이 아니라, 내 새끼들과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것을 이해관계라고 합니다.
이게 국가적 중대사보다 중요합니다. 고래를 잡아서 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고래의 멸종은 중요하지 않죠. 아니 내가 고래를 못잡으면 우리 애 태권도도 못가고, 이마트도 못갑니다. 애들이 쫄쫄이 굶죠.
그런 사람들이 천명, 만명이 생기면 - 이건 사회적 문제가 되는겁니다. 어려워도 GM에 산업은행이 자본을 투하하는 이유는, GM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 이해관계에 대한 정부의 고려라는것이죠. 이런걸 핵피아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는 핵피아도 있고, 아파트피아도 있고, 비트코인피아도 있고, 고래피아도 있고, 노조피아도, 국회의원피아도 다 있습니다.
그래서 핵피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산업이 만든 구조의 문제입니다. 개인의 일탈 아닙니다. 그래서 보통명사가 아니라 '군집명사'입니다.
다음.
저는 원전이 '비리 때문에 망할 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 산업 자체가 망해가는 산업입니다. 잘나가는 산업이면 이재용이 더럽게 상속을 받아도 세계에서 top one회사가 될 수 있고, 10조원을 쳐박아서 땅을 사도 잘나가는 회사가 될 수 있죠.
근데 원전은 개인 비리가 없고, 모두가 수도승처럼 살아도 ... 안됩니다. 제발 안되는 사업이에요.
마치 60년대 가발사업처럼, 이제 사라져가야할 사업입니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이유는
원글에 있다시피 그랜드 패리티입니다.
최근 에너지 섹터에 나오는 발전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압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입니다. 환경따위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개발도상국에서 석탄화력이 가끔 나오고, 대형 발전소가 급한 나라들은 복합화력 (gas turbine - steam turbine으로 두번 생산하는, 역사상 가장 효율이 좋다고 하는)을 짓죠. 기가급으로.
원전이요? 최근에 원전 수주한 소식 들은거 있습니까? 최근 5년동안에? 자국의 회사가 자국에 짓는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인터내셔널 비즈니스에서 원전을 수주했다는 소식을 들으신거 있으세요? 없습니다. 전혀 없어요.
세상에서 원전 시장 빅마켓이 두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 하나는 미국이죠. 거기 우리나라 들어갈 수 있습니까? 없어요. 전혀 없습니다. 절대. 네이버!
그럼 남은데는 남미, 유럽일부, 중동입니다. 남미는 거의 존재감이 없고요, 결국 유럽일부와 중동입니다. 이 두군데의 마켓을 놓고 박터지게 싸우는겁니다. 누구랑? 신급의 기술과 실적을 쌓은 미국과 프랑스, 일본의 회사들과 싸워야되는거에요. 그럼 1/3의 쉐어를 차지한다고 해도, 5년에 하나 수주하기가 바쁩니다.
우리나라 원전 실적있는 건설사가 어디어디에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정도 될껍니다. (스크가 있나..?) 지분참여로 몇메가씩 쌓는 1.5티어 건설사는 제외하고요. 그럼 이 서너개의 회사가, 5년에 하나 수주하기도 불가능한 사업을 위해서 원전 면허를 유지해야합니다. 사업본부를 가지고 있어야죠. 그게 됩니까? 과연 가능할까요? 그냥 안되는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랜드 패리티요.
얼마전에 아부다비에서 350MW급 태양광 발전에 tariff (한전에 납품하는 전기의 단가)가 kWh당 2.4센트에 체결되었습니다. 건설비/유지보수비/금융비용을 모두 합쳐서 그냥 25원에 납품을 하는거죠. 이거 가능해요? 중동이라 그렇다고요?
그럼 같은 시기에 이집트에서 그 저렴하다는 석탄화력도 같은 방식으로 체결되었습니다. 단가가 kWh당 5센트가 조금 넘습니다. 두배에요. 석탄화력의 두배의 가격에 태양광이 운영된다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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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리하면,
핵피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핵피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굳이 핵피아라면 그건 산업에 따라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이해관계자들의 군집명사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한달 벌어 한달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을 말합니다. 건설노동자일 수도 있고, 인증받은 용접사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 대형 건설사의 엔지니어일 수도 있고, 주기기를 제작하는 중공업의 기술자일 수도 있습니다. 대학 교수일 수도, 이제 학위를 받으려는 관련 전공의 대학생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
결국 원전은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꺼져가기 전에 한번 불이 타오를 수도 있고, 생각보다 그 불이 오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벤츄얼리, 원전은 사양산업입니다. 연착륙을 시키면 되는데, 저 위에 나열한 사람 중에 '원전아니면 생존이 안되는' 그런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어차피 기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은 히트소스만 다르고 90% 이상은 같은 사이클이기 때문입니다. 그 히팅소스 역시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할 여지는 많지 않기도 하고요.
암튼, 매도하지 않았는데 매도했다고 억울해하셔서, 그냥 끄적여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