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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0 21: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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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긴 하지만 현재 요식업 종사하면서 원재료 유통 보존 등등 나름 몸으로 이해하고 있으니 한 말씀 드립니다.
일단 조리과정을 세분화해서 유사 작업들을 하나로 묶어 따로따로 분리하는게 일의 효율이나 속도나 인건비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이건 인정하시죠? 주문 받고 양파 반쪽 얇게 썰고 접시에 담아 내고 주문 받고 양파 반쪽 얇게 썰고 접시에 담아 내고의 반복보다 미리 양파 한 열댓개 얇게 썰어서 반쪽 분량만큼 나눠 담아놓고 주문 받고 그거 그냥 접시에 담아내고의 반복이 훨씬 일도 빠르고 쉽고 편하고 일손도 적게 듭니다. 사람이 원래 그래요. 노동의 전체 종류와 총량은 같더라도 같은 종류의 노동을 하나로 묶어 쭉 처리하고 다른 종류의 일을 또 쭉 처리하고 하는 방식이 이거하다 저거하다 하는 방식보다 능률과 속도가 더 나거든요. 게다가 사람을 쓰더라도 A,B,C 세 작업을 모두 다 할 줄 아는 사람 세명 쓰는거 보다, A만 할 줄 아는 사람 B만 할 줄 아는 사람, C만 할 줄 아닌 사람 셋 쓰는게 더 싸게 듭니다.
다만 문제는 이렇게 한다해도 사실 전체 작업량이 그리 많지 않으면 이런 방식으로 작업해도 딱히 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이 방식은 작업량이 많으면 많을 수록 그로 인한 효율차이와 비용절감 효과 차이가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죠. 일반 요식업계 자영업자들이 하루 판매하는 음식량은 한계가 분명하기에, 이 방식으로 효율과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럼 미리 준비하는 양을 늘리고 그걸 더 길게 사용하는 식으로 강제로 규모를 늘려야만 하겠죠. 간단히 말해 하루 분량 원재료 미리 가공하는 걸로는 비용절감 효과 별로 못보니 며칠치 분량 원재료 미리 가공해서 며칠씩 쓰는 정도는 되어야 유의미한 수준의 효과를 본다는 겁니다.
그러나 말씀하셨다시피 요식업 특성상 식재료 중 많은 종류가 신선도 문제 때문에 가공 후 보존기간이 급격히 줄기에 이런 방법을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백종원이 말하는건 이런거에요. 여러 식당이 함께 쓸 식재료를 누군가가 미리 잔뜩 가공해 제공한다면? 그럼 굳이 며칠치 재료 당겨서 선가공할 필요 없이 오늘 하루치 재료만으로도 위에 말한 ‘유의미한 수준의 비용절감’을 누릴 수 있는 규모의 선가공이 가능해진다는거죠. 이게 바로 규모의 경제입니다.
가공, 보존, 재고관리, 로스되는 비용 등등 수많은 비용들을 아낄 수 있게 됩니다. 이건 절대 각각의 가게 단위에서 해결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체인 본사 단위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죠. 체인 형태의 프랜차이즈 가게들의 장점이 이런거여야 하는데 우리나란 희안하게 프랜차이즈가 더 비싸게 받아먹죠.. 백종원이 본문글에서 말하는게 결국 이런 부분에서 규모의 경제로 비용절감을 이루겠다는건데 백종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저 발언 자체는 문제될게 전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저대로만 된다면 진짜 체인점주 입장에선 엄청난 비용절감이 가능해지는거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식업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따져볼때, 원재료 구매/관리/가공/보관에 드는 스트레스와 인건비, 규모가 작다보니 어쩔수 없이 더 많이 로스되는 재료들의 비용 이런거 따져보면 백종원이 딴 마음 안 먹고 저 말대로만 해준다면 음식값 확 낮출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