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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17: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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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시조는 진짜 엄청나게 아름다운거 같아요.
사실 저는 중국의 시조와 일본의 시조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데,
중의적인 표현과 함축적인 표현을 비슷한 발음과 비슷한 단어로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중국의 시조와
음율과 발음획수 단어의 연음까지 맞춰 시에 기승전결을 담아내는 일본의 시조는 그 나라 언어의 극치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 두 나라에서는 문학상이 가능해요.
결국 번역의 힘이 어떻게든 통하니까... ...
그런데 한국의 시조는 진짜 그 느낌이 매우 중요해요.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여기에서 핵심은 '나빌레라'의 표현과 느낌인데 이걸 번역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사람이라면 저 문장을 듣는 순간
하얀 고깔을 쓰고 얇은 천을 하늘위로 나부끼는 누군가를 바로 머릿속에서 그리지만
외국인들은 이걸 해석해서 이야기하니 그 느낌이 퇴색될 수 밖에 없죠.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문구 자체가 시린 겨울날 실낱같은 꽃향기를 맡으며 시를 쓰는 모습이 연상되는데,
실제 의미도 일제시대의 차가운 시간에도 선비정신은 꺽이지 않으며 반드시 광복의 희망을 전하리라 라는 의밉니다.
이 시 역시 느낌속에 중의적 의미를 담았죠.
한국문학은 느낌을 알지못하면 그 뜻도 알 수 없습니다.
다른나라는 언어와 단어안에 중의적 표현을 숨긴다면,
한국문학은 느낌속에 중의적 표현을 숨기기 때문에 한국어를 못하는 이들에게 이 시들은
첫번째는 하얀 고깔 모자를 쓰고 얇은 천을 정성스럽게 접어 집어던졌다.
두번째는 눈오는 날 꽃향기 맡으며 가난뱅이가 골골거린다. 정도의 의미 밖에는 안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