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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22: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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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적 군대전역하고 집 열쇠가 없어
문앞에 덩그러니 앉아있는데 옆집할머니...
"아가... 배고프지 않니?"
꼬깃꼬깃 접혀진 이만원을 들고 칼국수를 먹었더랬지.
그 칼국수 맛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해.
시간이 지나고 결혼식을 앞둔 날.
할머니께 칼국수를 대접해드렸지.
서툴고 투박한 칼국수는 뚝뚝 끊어지고 퍼져 볼품없었는데
내 생에 가장 맛있었노라 웃으며 드셔주셨지.
잘 살라고 내손을 잡아주던 따듯한 손은 정말 많은 용기를 주었어.
시간이 더욱 지나고 병원에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지.
정신없이 찾아간 나에게 본인 자식들조차 기억을 못하니 서운해 말라는 이야길 듣고 침대로 다가갔는데,
내 손을 잡는 따듯한 할매의 손.
"아가... 배고프지 않니?"
가끔 칼국수를 먹다 뜬금없이 눈물이 나는건,
나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