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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6 22: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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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는 실향민이셨어요
열다섯 어린나이에 혼자 살아가야했죠
피난민으로 친척집에 더부살이하며
순경학교에 들어가 돌아가실 때까지
말단 순경이셨죠
그런 아버지의 박봉에도 꼭 신문을 구독하셨어요
그당시에 그 날그날 다 읽으신 신문을 챙겨두며 보면 볼펜으로 한자연습이 빼곡했었답니다
아마, 친척동생들은 당시 내노라하는 대학에 다니며 어깨 으슥거렸는데
어린나이 혼자 삶을 꾸려나가던 아버지에겐
그림의 떡이였고 꿈이었겠죠
평생 목마르던 배움이었다고할까요
내가 그 아버지의 나이쯤에서 연습장 귀퉁이에 혼자 볼펜으로 한자연습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 한참을 마음이 시렸어요
신산했던 삶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었을까
읽고싶고 배우고싶던 욕심을 신문한부에
기대던 아버지
문득 글읽으며 외로워도 외롭다 말안하고
힘들어도 참고만 견딘 제 아버지가 떠올려집니다
쓰니님 어머님께서도 책선물 받으심 무척 행복해하실꺼예요
비록 시간이 지나 영혼으로 만나는 책일테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