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014-10-16 14: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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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스물 세살짜리 언니에요. 언니는 초3부터 중3까지 변변한 친구 하나 없었어요. 친구가 생겼다 치면 다들 이사가버려서 결국 고2때까지 언닌 혼자 놀았어요. 그러면서 깨달은 건, 내 잘못은 없다는 거에요. 내가 불쌍한 게 아니라, 잘못 된걸 알면서도 바꿀 수 있는데도 왕따당할까봐 겁내는 그 아이들이 불쌍한 거고, 자기 불만과 자기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나를 괴롭히면서 푸는 아이들이 불쌍한 거에요. 동생은 그런 불쌍한 애들 신경쓰지 말고, 스스로를 잘 다독여요. 그게 남는 거더라구요. 사실 언니는 아직도 후유증에 종종 시달려요. 주기적으로 대인기피증이나 우울감이 강하게 찾아오거든요. 왕따 당한 그 순간부터 내 안에 뭔가가 많이 망가져 있었나봐요. 하지만 뭐 어떤가요. 다들 어딘가가 조금씩은 망가져 있는건데요. 내가 나를 잘 추스르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구요. 그러니까, 동생 편이 없다고 마냥 우울해하거나 못된 생각 하지 마요. 여기 오유에서만큼은 다들 이렇게 동생 편이잖아요. 힘들면 계속 여기다가 글 써요. 언니가 계속 댓글 달게요. 우리 동생은 정말 소중하고 귀한 존재에요. 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일 거에요. 사랑받고 자란 동생은 누구보다 아름다울 거에요. 그리고 동생을 왕따시킨 그 불쌍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일 거에요. 적어도 누군가를 사랑할 줄은 아는 아이일 테니까요.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데 무슨 말을 해줘야 동생에게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힘들면 와서 기대라고만 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