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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2 19: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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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연속성과 정체성 문제는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단일 객체로서 동일시하려는 시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근단적으로 말해서 미래의 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개념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미래의 자신이 죽건 살건 행복하건 불행하건간에 현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있을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미래의 자신이 둘로 나뉘건 셋으로 나뉘건 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자, 그럼 어느 순간, 자신이 완벽하게 둘로 나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그 이후 시점으로 가 보죠.
둘로 나뉜 자신이 현재가 된 이 시점에서, 흔히 생각하게 되는 것은 '진짜 나는 누구' 라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건 애초에 잘못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둘 다 진짜 '자기 자신' 이니까요.
'과거에 내가 한 명이었으니, 미래에도 어느 한 쪽이 될 것이다' 라는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당신은 '둘 다' 됩니다. '눈을 감았다가 둘로 나뉜 다음에 눈을 뜨면 어느 한 쪽일 수 밖에 없지 않느냐' 라는 질문도 잘못된 겁니다. 물론 어느 한 쪽이 되었다고 생각하겠죠. '양 쪽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건 현재와 미래의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으며,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초현실적인 무언가를 갖다 붙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자, 그럼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보죠.
『A, B의 연속성: 'A의 육체 구성성분이 전부 B의 것으로 교체된다면 그는 A인가, 혹은 B인가?'』
뇌가 담고 있는 자기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A는 여전히 A입니다. 세포 하나하나를 전부 교체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교체되기 전의 A가 권리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유일한 존재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체해서 버리는게 아니라 한 사람을 더 만들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둘 다 A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한 명이 두 명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법적 문제가 남아있을 뿐입니다. (이혼절차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