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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2 09: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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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암 정희량 - 혼돈주가
我飮我濁(아음아탁)-내가 나의 탁주를 마시고.
我全我天(아전아천)-내가 나의 천진을 보전하니.
我乃師酒(아내사주)-나는 술을 스승으로 삼으나.
非聖非賢(비성비현)-굳이 청주도 아니고 탁주도 아니요.
樂其樂者(낙기락자)-그 즐거움을 즐기는 자로세.
樂於心(낙어심)-마음에 즐거워하여,
不知老之將至(부지노지장지)-늙음이 장차 오는 것도 모르니,
人孰知予之樂是酒也(인숙지예지락시주야)-그 누가 내가 이 술을 즐겨함을 알랴.
長繩欲繫白日飛(장승욕계백일비)-긴 밧줄로 가는 해를 잡아 매려 하고,
大石擬補靑天空(대석의보청천공)-큰 돌로 하늘을 기우려 하여,
狂圖謬算坐濩落(광도류산좌호락)-허튼 생각, 오산으로 허공에 빠져,
半世悠忽成老翁(반세유홀성노옹)-반 세상에 문득 늙은이가 되었네.
豈如飮我渾沌酒(기여음아혼돈주)-두어라, 혼돈주나 흠뻑 마시고,
坐對唐虞談笑中(좌대당우담소중)-담소중에 당우 시절을 대하여 보자.
渾沌有道人未試(혼돈유도인미시)-혼돈의 도를 내 처음 시작함은,
此法遠自浮丘公(차법원자부구공)-이 법이 부구공(선인(仙人))에서 전하여 왔네.
夷不惠全其天(이불해전기천)-백이도 아니, 유하혜도 아니,
非聖非賢將無同(비성비현장무동)-성인도 아니, 현인도 아니,
招呼麴君囚甕底(초호국군수옹저)-누룩 군을 불러다가 독에 가두니,
日夜噫氣聲蓬蓬(일야희기성봉봉)-밤낮으로 숨소리가 꼬록꼬록 하더니,
俄頃春流帶雨渾(아경춘류대우혼) -이윽고 봄강에 비가 와 흐뭇하듯이,
釀古色淸而濃(양고색청이농)-빚어진 색깔이 맑고도 무르익었네.
酌以巨瓢揖浮丘(작이거표읍부구)-바가지에 따라서 부구에게 인사하고,
澆下萬古崔巍胸(요하만고최위흉) -가슴속 만고의 불평을 씻어 버리네.
一飮通神靈(일읍통신령) -한 번 마시니 신령과 통하여,
宇宙欲闢猶蒙矓(우주욕벽유몽룡) -우주가 개벽하는 듯, 아직 몽롱하고,
再飮合自然(재음합자연) -두 번 마시니 자연과 합하여,
陶鑄渾沌超鴻濛(도주혼돈초홍몽)-鴻濛의 땅 뛰어넘어 혼돈을 빚는다네.
手撫渾沌世(수무혼돈세)-손으로 혼돈 세상을 어루만지고,
耳聽渾沌風(이청혼돈풍)-귀로 혼돈의 바람을 들으며,
醉鄕廣大我乃主(취향광대아내주)-넓고 큰 취향에 내가 주인이나니,
此爵天爵非人封(차작천작비인봉)-이 벼슬은 천작이라 인작 아닐세.
何用區區頭上巾(하용구구두상건) - 구구한 두건을 무엇에 쓰리,
淵明亦是支離人(연명역시지리인)-도연명도 역시 넌더리 나는 사람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