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5
2017-03-02 10:46:33
38
계란 몇개 삶아서 음료수랑 봉지에 담아 MP3에 노래 꽉꽉 담고
버스노선 하나 잡아서 하루종일 밖에 풍경보며 얘기하고 음악듣고 그랬던 적이 생각나네요.
당시 그녀는 모를겁니다. 아무리 즐거워도 자주하면 지겨워 지는터라..
가능한 종착역이 그녀의 집과 가까히 위치해 있어야 그녀가 걷는 수고를 덜어주게끔. 하지만 항상 다른코스를 잡아 색다른 풍경을
보게끔,, 인터넷도 활발하지 않던 시절 버스정류장을 찾아다니며 기록했었다는걸. 그 노트가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제가 더 몰랐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데이트가 지겨워지지 않을까 노선을 연구했었는데. 그녀는 그런건 신경안쓴듯합니다.
그냥 같이 있다는 존재하나로 행복해 했었던거 같아요. 오히려 제가 노선을 짜고하는 강박증과 경제적이지 못했던 스트레스에,,
스스로 죄책감에 나를 가두고 그화풀이로 그녀를 슬프게 했었어요.
그냥 같이 있다는 존재로 행복했다는 얘길 했는데 사실 이걸 깨달았던건 헤어지고 나서 아주 오랜시간이 흐른뒤 였음..
그녀가 결혼하기 몇일전 연락이 왔는데 아마도 자기 머릿속에서 저를 정리하려고 연락을 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도 않는 싸이월드 비번을 알려줬어요. 그곳엔 비공개폴더가 있었고 폴더이름은 내이름이었고
버스연예의 추억들이 가득했음.. 내가 전날 밤새 노선을 짠것도 다 알고 있었음. 내가 계란을 몇개 갖고 왔는지 오늘은
계란이 아닌 감자를 갖고 왔다는둥.. 꿀물을 갖고 왔다는둥. 행복하다고..
헤어지고 나서도 그녀는 그러고 3년 정도를 더 싸이월드를 관리하며 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글들을 썻었음..
최근에 작성한 듯한 마지막 게시물에는 간단한 글자만 있었음.
"이젠안녕. 추억은 추억일때 가장 아름다워"
몇일후 재접속을 하니 탈퇴한 회원으로 되어있었음.
정말 소중한 추억은 사진보다 머릿속에 있는 추억이 더 선명한거 같음...
헐.. 별소릴 다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