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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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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다보면 요즘 학생들의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은 sns, TV, 유투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갖가지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 소위 대단한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줄 세우기의 끝에 두고, 부족한 자신에 대해서 끝없이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다.
"선생님 저는 왜 이럴까요? 저는 왜 이리 부족할까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친구관계도 안 좋고 외모가 멋지지도 않아요."
아이들은 그렇게 나에게 찾아와서 자신이 부족하고 못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괜찮다고 말해도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가끔 손목을 가리는 아이들을 보면 십중팔구 삶에 대한 고민 끝에 스스로 살아있다는 자극을 그런 좋지 않은 방법으로 찾는 경우이다.
심리학자 아론백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자각능력과 의식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전의 경험에서 비롯된 역기능적 신념이 부정적인 자동사고의 토대가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정적 자동사고의 결과, 인지적 왜곡으로 인해 우울이나 정서장애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우린 충분히 기능하는 사람인데, 스스로 잘못된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생각이 안 좋은 방향으로 꼬인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것을 설명할 때에 “시원하게 뚫려있는 길처럼 생각이 여기저기 쉽게 갈 수 있어야하는데 그게 안 되고 쳇바퀴처럼 뱅글뱅글 제자리만 도는 것”이라고 한다. 또는 “팔에 상처가 났는데 거기에 밴드도 붙이지 않은 상태로 계속 쓸린다면 어떨까?” 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충분한 회복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더불어 바른 인지적 사고를 가져야한다.
문제가 나타났을 때 아이들이 그것을 회복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생님 저는 왜 이럴까요.” 라고 말을 할 수 있는 학생은 사실 그 문제를 문제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이것은 매우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것이다.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그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지 않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에너지, 더불어 도움이 되는 자원을 찾는 능력을 동시에 가진 것이니까. 우리는 학생들에게 이것을 이야기 해줘야한다. 너는 사실 힘을 가지고 있다고, 너는 스스로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가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도와야한다.
우울의 긍정적인 능력은 스스로를 쉬게 하고 주변의 도움을 청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울한 이에게는 스스로가 쉬어야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줘야한다. ‘아, 내가 쉬어야하는 구나.’,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하는 상황이구나.’,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잘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구나.’ 라고 생각을 다시금 확인해야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자원은 무엇이 있고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지금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더라도 앞으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자기자원을 확인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우울과 무기력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더 나은 나은 방법을 찾고 있다는 역설적인 노력의 증거임을 스스로가 인식해야하며 스스로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은 품안에 안고 싶은 아이들에게 너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고, 너에게는 수많은 자원이 있음을 잘 전달하고, 충분히 괜찮고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행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득 가득 채워서 미지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는 험난한 세상에 버틸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너에게는 충분한 힘이 있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뒤에서 선생님이 마음을 가득 담아 응원하니 하고픈 것을 충분히 하고 싶은 만큼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