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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19: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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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대장님이 설명을 요상하게 하신 것 같네요. 군필자들은 알다시피 군대는 k2 소총의 총열과 조준선이 평행하고, 총알이 S자로 휘어져 나가면서 조준선과 50m, 250m에서 두 번 만난다고 설명하는 곳이죠. 현실은 총열이 살짝 들려있고 총알은 포물선 운동을 하니까 직선인 조준선과 두 번 만나는 겁니다.
대대장님 설명은 위에서 예시를 든 총열-조준선처럼 전형적인 군대식 설명,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끼워맞춘 설명으로 보이고. 중학교 수학시간에 배우는 포물선과 직선이 두 점에서 만나는 걸 이해하는 상식적인 사람이면 군대식 설명이 뭐가 잘못된건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소음기 자체의 원리와 역할을 이해하면 대대장님이 어디서 착각을 했길래 저렇게 오버테크놀로지 설명하듯이 괴상한 설명을 하는지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소음기 원리는 오토바이 머플러랑 똑같습니다. 엔진or약실에서 나오는 고압의 가스는 대기중에서 급격히 팽창하면서 큰 소리를 내니까, 중간에 팽창할 수 있는 머플러or소음기를 한 번 거쳐서 상대적으로 저압의 가스를 내보내는 겁니다. 소리가 작아지죠.
머플러를 개조한 폭주족 오토바이 소음에 비하면 일반 오토바이 소음은 선녀라는걸 떠올리시면 됩니다. 일반적인 구경의 소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소음기의 성능도 딱 그정도 입니다. 총소리는 여전히 크지만, 날 것 그대로의 총소리보다는 훨씬 작은거죠. (+여기에 중간에 팽창을 한 번 하면서 총구화염도 줄어드는 효과가 생깁니다)
두번째로, 저격을 당했을 때 저격수의 위치를 찾는 방법은 총구화염이 보인다면 총구화염이 가장 찾기 쉬운 방법일테고, 아니라면 소리로 찾아야하는데, 소리의 크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장거리 저격이면 소리를 듣고 찾기 어렵습니다. 소음기로 총소리를 한 번 줄이면 멀리서는 더더욱 안들리겠죠.
정리하면, 저 대대장님은 '소음기는 총 소리를 안들리게 하는거라던데?'->'어라 소음기 달고 쏘는거 보니 총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네?'->'저격총 소음기는 일반 소음기와 뭔가 다른가보다' 하고 착각하고 자기가 이론적으로 배운걸 착각에 끼워맞추느라 설명이 뒤죽박죽이 된걸로 보입니다.
저격총 소음기도 일반 소음기와 다를게 없이 똑같이 총구 소음을 줄여줍니다. 군부대의 저격은 소음기가 다른게 아니라 '장거리' 저격 이라는 소음기를 사용하는 환경이 다른거죠. 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전히 큰 소리지만, 멀리서 총을 맞는 입장에서는 총소리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작아집니다. 맞는 사람 입장에서 총소리가 작으면 '총소리가 이렇게 작게 들릴 정도로 더 멀리서 쐈나보다'하고 착각할 수 있겠죠.
'소리를 퍼지게 해서..'는 머플러처럼 소음기 내부에서 가스가 한 번 팽창한다 를 잘못 이해하신걸로 보이구요. 마치 총소리를 다른 '방향'에서 느끼도록 하는 기술인양 말씀하시는데 그런 기술은 조그만 소음기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요약. 소음기의 기능은 총성을 줄여주는 것(+총구소염 감소). 소음기를 거쳐 줄어든 총성이 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크게 들릴지 몰라도, 장거리 저격 특성 상 맞는 사람에게는 소음기에서 줄어든 만큼 더 작게 들리고, 잘 안들리는 만큼 거리는 물론 방향도 특정하기 어려워져 '기만'이 가능해진다. 소리를 다른 '방향'에서 '들리게' 하는 기능은 소음기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