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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21: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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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 조디가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성격이 불 같은 아버지가 범인을 죽이고 감옥에 갈까 봐 말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의 심정에 저는 좀 공감을 해요.
저는 아버지가 경찰이었던 데다가 평소에도 뉴스에서 아동성범죄 관련 뉴스가 나오면 '내 자식이 저런 일 당하면 나는 그냥 쏴죽여버릴 거다'라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물론 자식을 향한 사랑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 말씀이 너무나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어린 저는 내가 만약 무슨 일을 당했을 때 그걸 아빠가 알게 되면 아빠는 살인자가 되고 우리집은 엄마랑 오빠랑 다 끝장나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 팔자가 그런지 어쩐지 모르겠는데(사주에 나쁜 남자 잘 꼬인다고...) 초딩 때부터 이상한 놈들에게 자주 쫓겼어요; 뒷산 올라갔다가 납치될 뻔 하고, 밤길에 쫓기고, 수학여행 때 누가 쫓아와서 난리나고; 하여간 그랬던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바로바로 부모님에게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그랬어요. 물론 말하긴 했지만, 항상 상황이 다 끝난 며칠 후에야 털어놓곤 했습니다.(그때마다 바로 말 안 했다고 혼났음)
그런데 진짜, 그때는 말하는 순간 아빠가 가서 그 사람을 죽여버리고 잡혀갈 거 같았어요. 그게 더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물론 제가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이를 키울 때 너무 큰 증오심의 표현 또한 아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