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써놓고 기사를 찾아봤는데요.
2015년 기사도 있겠지만,
그냥 먼저 찾아진 게 2014년 기사라서 그냥 2014년 자료로 설명해볼게요.
(매년 이런 식의 기사가 반복되기 때문에 그게 그거임)
위 표 보시면 2014년 전체 혈액폐기량이(unit) 10만 8321팩이에요. (소계 23246 + 선별검사결과이상 85075)
기사 제목은 '혈액폐기 최근 3년간 208억원어치'라고 잡아놨죠.
제목만 보면 적십자가 정말 나쁜놈처럼 들려요.
그런데 대부분의 기사들은 위의 표조차 인용을 안하구요.
폐기량과 금액만 언급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대중이 보기에는 '기껏 헌혈해줬더니 208억원어치나 그냥 버리다니 나쁜놈!'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럼 실제는 어떠냐.
2014년을 보시면,
전체 108321unit 중 전체의 78%인 85075unit이 검사부적격 폐기에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검사부적격폐기는 당연한 것이고 잘한 일이죠.
그럼 나머지 22%가 기타인데요.
22%도 많이 낭비인 것처럼 보이겠죠.
그런데 22%가 온전히 관리소홀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표 보시면 기타 중 가장 많은 항목이 양부족이죠? (기타 중 37% 차지)
양부족은 어떤 경우에 주로 나오냐면,
헌혈자가 헌혈을 하는데,
혈관이 좋지 않아서 정해진 채혈시간 내에 혈액이 잘 안나오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하거나 하는 경우 중간에 채혈을 중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럼 정량(320ml나 400ml)보다 양이 적겠죠.
이렇게 정량이 못되면 수혈에 못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럴 때 폐기하게 되죠.
한국은 전체 헌혈자에서 10대헌혈자가 큰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왕왕 그런 경우가 있어요.
이걸 단순하게 적십자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다음으로 많은 ABS, Sub가 있쬬. (기타 중 15% 차지)
이건 비예기항체, 혈액형 아형이라고 해서,
수혈감염질환은 아니지만, 헌혈을 하고나서 검사를 해봤더니
약간 특이한 혈액형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수혈에 사용하면 문제될 수 있는 경우에요.
이것도 전혀 문제되는 게 아니예요.
그럼 사람들이 흔하게 욕하는 ‘기간경과폐기’를 보면요.
딱 832unit이죠?
기타 항목의 3.6%이고, 전체 혈액에서는 고작 0.77%에 불과해요.
사실 이렇게 기간경과폐기되는 혈액은 거의 대부분 혈소판제제예요(정확히는 농축혈소판).
혈소판은 유효기간이 5일이고 실제 검사에 소요되는 24~36시간을 제외하면 3일 남짓 보관이 가능해요.
그래서 적정보유량이 2.5일 정도에 불과하구요.
2.5일분 보관을 맞추려고 노력하다보면 이렇게 유효기간인 5일이 경과하는 혈액이 불가피하게 나오는 정도라고 보는 게 맞는 것이죠.
굳이 한국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헌혈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도 마찬가지이구요.
아니, 오히려 이런 관리부분은 이제 한국이 더 뛰어난 편이에요.
IT나 시스템적인 부분은 이제 한국이 더 낫거든요.
이렇듯 국회의원이 지적을 위한 지적을 하는 경향이 있고,
기자들은 그저 받아쓰기만을 해대니,
정작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헌혈에 대해 불신만 갖게 하는 뉴스들이 매년 반복되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생명나눔 헌혈 해주시고,
주변에 잘 몰라서 오해하고 불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설명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