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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4 14: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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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하고 얼마 안되서 어머니 암판정 받았을때가 기억나는군요..
저 입대 하고 1주일 뒤에 암판정 받으시고 제가 자대 가고 입대 한지 2달 지날때까지 저한테 숨기셧습니다
군대 간 제가 오히려 걱정이 되셧겠죠. 항상 전화하면 아버지는 집인데 어머니는 서울에 있다고 합니다.
원래 서울에 큰외삼촌집이 있고 그곳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계셧었으니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 한적 없었죠.
그렇게 2달 넘게 저한테 핑계를 대시다가 결국 어머니가 사실을 말씀 하십니다.
큰 충격을 받으면 머리를 누가 망치로 때린듯한 느낌을 받는다고는 들었는데 그때 그런 기분 처음 느꼇습니다.
돌아와서 내무실서 걸터 앉아 있는데, 보통 이등병이 10초만 그렇게 멍때리고 있어도 바로 뒤통수에 주먹이 날라와야 할 시기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아무말도 안했는데 하루종일 저를 누구 하나 건들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세상 다 잃은 제 표정이 저도 모르게 드러났겠죠. 그렇게 점호를 마치고 행정관에서 소대장이 부릅니다. 분대장이 아무래도 제가 이상하다고 보고를 했나봐요.
종일 참았던 눈물이 소대장이랑 얘기하면서 터졌습니다. 소대장께 말 하니 그 자리서 아버지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셧죠.
XX가 어머니가 아프셔서 많이 힘들어해서 전화 했다구요. 그리고는 아버지를 바꿔주시곤 아버지가 저를 많이 달래 주셧는데
생전 그렇게 시골남자 스럽고 상남자 스럽고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꺼 같은 강인하신 분이셧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가 그렇게 오래 전화 통화 해본거 같네요.
소대장이 다시 전화 바꿔서 행보관께 말씀 드려서 아직 100일 휴가를 갈려면 한달정도가 남았는데 미리 휴가를 보내겠다고 말씀하더군요.
그런데 저희 아부지 ㅎㅎ 누가 성격 모른다고 할까봐, 정당하게 100일 휴가 받아서 나오게 해달라고...ㅋ ㅠㅠ
그렇게 100일 휴가 때 휴가 나가서 집 문을 열었는데 얼굴색이 까맣게 되있고 머리가 다 빠지셔서 털모자를 쓰시고서 문 열어주던 어머니가 아직도 선합니다.
행여나 어머니 잘못되실까봐 무뚝뚝 하던 아버지가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셧는데, 지금은 어머님은 건강 많이 회복하셧는데
오히려 아버지가 더 먼저 저 세상 가셧습니다. 그것도 어머니 정기 검진 받으러 서울 올라 가있는 사이 혼자 집에 계시다가 심장마비로 급사 하셧습니다..
참.. 평생 본인 감정 잘 안보이시고 무뚝뚝하게 사시던 분이셧는데, 가실때까지 자식들한테 가는 모습도 안보여주고 무뚝뚝하게 혼자 가셧다고는 말 합니다.
이 글 보니 오늘따라 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