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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0 15: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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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었어요.
친구랑 낚시를 끝내고, 철수하던길
기울어진 테트라포트를 밟았는데,
운동화가 미끄러지면서 빠젔죠.
잠깐 정신을 잃었었나 봐요.
눈 뜨니 테트라포트 사이에 몸뚱이 껴있고,
골반까지 물에 잠겨 파도에 하체만 휩쓸리고 있었죠.
입고 있던 구명조끼겸 낚시조끼가 아니었다면
몸이 걸리지 않고 바로 빠젔을 거예요.
소리첬죠. 친구이름도 불렀죠.
지나가는 사람들 발이 보이는데 아무도 쳐다보질 않더라구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위에선 잘 안 들린다고...
이러다가 죽겠다 싶었죠.
턱걸이도 못하는 제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필사적으로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면서 올라왔어요.
다리는 따개비에 쓸려서 피가철철흐르고 있었는데,
손엔 낚시때 나온 쓰레기를 담은 봉지를 그대로 들고 있더라구요.
친구놈은 차에서 기다리다가,
같이 일어났는데 왜이리 늦냐고 욕을 하데요.
자긴 아무소리 못들었다네요.
바로 뒤에 따라가다가 빠졌는데.
올라서지 마세요.
경험자로서 말씀드립니다.
광안리 35년 살면서 어릴 때부터 테트라포트 엄청 밟고 다넜습니다.
테트라포트 사이에 있는 굴도 뛰어다녔습니다.
근데 이렇게 빠지고 나니 테트라포트는 고사하고 방파제에 잘 가지도 못해요.
파도에 휩쓸리던 하체 감각이 아직도 생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