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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23: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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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적에 가난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유하지도 않았을 무렵 부모님은 절 항상 삼촌네 집에 두고 출근을 하셨었습니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돈을 벌기위해 매일을 삼촌네까지 왔다갔다 하신거죠. 혼자 있기에는 어리고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한테 맡기기에는 안심이 되지 않으셨던 거겠죠. 심지어 삼촌도 출근을 나가셔야 해서 전 매일 외숙모랑 같이 그림을 그리거나 놀이터에 나가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삼촌네까지는 거리도 제법 되기에 제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고작 하나 정도만 가져갈 뿐이었죠. 점심으로는 외숙모가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또 만들어주시기도 했지만 딱히 확 기억에 남는 음식은 없네요. 그렇게 부모님 두분이서 맞벌이 한 기간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시간이 오래 흐른 지금도 제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걸 보면 적어도 1년은 되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길다면 긴 시간동안 전 주중에는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명절이나 그런 특별한 날 이어서 그런지 뭔가 어머니랑 함께 식사를했다는 느낌이나 기억은 없네요. 그 시절엔 매일 아침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만원버스, 지하철을 타서 삼촌네 가는 길은 제게 너무 당연한 일상이 되어있었던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어느날 어머니께서 일어나 이를 닦고 있는 제게 오늘은 외출복을 입을 필요 없다는 말을 하신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신나서 방방 뛰었는지, 아니면 오늘은 외숙모랑 못놀게 되어 슬펐는지 그 다음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 중 기억나는 다른 한가지는 어머니와 저. 단 둘이서 했던 점심 식사입니다. 딱히 맛있는 걸 사먹으러 나간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 있었던 집 반찬을 가지고 먹었던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건 외숙모네서는 먹지 않던 흰쌀밥.... 콩이 들어가있지 않은 그 흰쌀밥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매일 어머니와 점심을 먹고싶다 생각했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때 먹었던 그 흰쌀밥... 그 쌀이 제가 추천드리고 싶은 최고의 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