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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3 20: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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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here님 이어서...
비가 온 탓인지 물안개에 가려져 잘 안보이긴했지만 실루엣에 팔다리가 있는걸로 봐서는 사람이 확실했다. 하지만 움직임은 어딘가 비정상적이었다.
분명히 앞으로 걷고 있는것 같은데 팔은 뒤로 걷듯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그것이 시야 확보까지 되는 거리에 다다르자 갑수는 욕지기가 치미는 것을 간신히 추스를수 있었다.
"저, 저건 뭐야?"
뻥 뚫린 눈에 썩어 문드러진 양 뺨, 앙상한 팔다리...그리고 배에는 내장이 조금 튀어나와있었다.
"...시체?"
그러고보니 아까 청년이 숨지기 직전, 시체가 살아있다고 한 헛소리가 생각났다. 아니, 이제는 헛소리가 아니다.
갑수는 한손에는 지영을 끌어안고 한손엔 각목을 쥐었다. 저 정체불명의 생물이 달려들기라고하면 있는 힘껏 대가리를 빠개어 버리리라.
하지만 그것이 갑수가 있는 곳까지 오지는 않았다. 그것은 힘겨운 걸음을 걷더니 두루미가 떼죽음 당한 근처에서 멈추었다. 그리고는 와르르 주저 앉더니 두루미의 피가 섞인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앙상한 몸은 그대로였지만 자잘한 생채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배에 난 상처도 아물고 있었다. 마치 애벌레가 허물을 벗듯, 오래된 피부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이 놀라운 광경에 정갑수는 한동안 넋이 나가있었다. 이제는 사람이 된 그것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그는 급히 아까 주워든 신문지를 펼쳐보았다.
"1974년 3월 24일..."
날짜를 확인한 그는 품속의 자신의 취재노트를 펼쳐보기시작했다.
1974년 3월 24일.
자신이 햇병아리 시절, 처음으로 지면에 실렸던 기사였다.
"기적의 저수지. 전 국민이 주목. 세포재생에 탁월한 성분 검출. 평균연령 100세 시대 더이상 꿈은 아닐것.."
그랬다. 어떤 화상 흉터를 입은 사람이 길가다 저수지 근처에서 멱을 감았는데 흉터가 한달도 안되서 나았다는 소문이 퍼져 그 기사를 쓰기에 이른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진이 저수지 물을 퍼다가 조사했었는데 세포재생에 도움되는 물질이 있지만 상처에 영향주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발표했던게 생각났다. 그저 작은 동네의 해프닝정도로 끝난것이다.
팔락팔락.
그러다 바로 다음달 취재내용에 눈이 갔다.
‘1974년 시골 살인 사건. 마을 고아원 원장이 논두렁에서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
한달도 안되어서 같은 마을의 기사를 두개나 쓴 것이다.
'이 마을 정체가 뭐지?'
갑수는 기사가 될지 모르는 눈앞의 광경을 노트에다 메모하고는 지영을 안아들고 빗속을 헤치며 마을 외곽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