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2014-11-27 00:43:38
14
익명으로 글쓰고 싶은데 익명이 안되네요...
저는 우리나라 컴퓨터그래픽 3세대쯤 됬던 사람입니다.
1996년도에 입문해서 2006년 무렵까지 C.G 실무를 했었고, 중간에 외국에서 5년 정도 일하다가 국내로 다시 들어왔었구요.
작은 회사도 운영해봤고, 나름 메이저급 회사의 간판급으로도 일해봤었구요.
하고픈 말은 산처럼 많지만 제 얘기보담 글쓴님의 입장을 고려해본 얘기를 몇가지 드리고싶습니다.
저는 2006년 이후로도 계속 CG실무는 아니지만 그와 관련된 영역에서 일을 해오다가 최근 몇년전부터 다른 사업을 하고있는중입니다.
저랑 같은 무렵 CG일을 시작해서 업계에서 친하게지내던 친구들 중에는 저와는 다르게 현재 ILM등에서 아직까지도 건재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구요.
제가 CG실무를 그만두었던 결정적인 요인 두가지는
1.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표현의 자유도가 없는 기능적인 업무에 따른 욕구불만(창작의욕의 저하)
2. 하루 18시간 이상을 휴일없이 컴퓨터 앞에 메어있다보니 생기는 우울감(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
였습니다.
지금은 그만둔것을 후회하냐하면 50:50 입니다.
이유는 그만두고나서 시간이 흐르다보니 제가 못보던 당시의 제 자신의 모습이 보였고, 그때 판단했던 세상과 이후의 실제 세상의 변화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긍정적으로 흘러왔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서 당시에 느꼈던 기술의 발전은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같은 암울한 미래상이었다면...
제가 CG실무를 그만둔 이후로 모션그래픽이라던가, 애플의 아이폰처럼 훨씬 감성적인 기술이 부각되었죠.
그런 변화를 보면서 제 스스로 들었던 생각은...
나는 기술의 차갑고 어두운면에 매몰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나 스스로가 그자리를 박차고 떠나왔지만
그자리에서 버티던 누군가는 내가 느꼈던 차갑고 어두운면을 조금더 따스하고 온화하게 발전시키려 노력했고
그렇게 변화를 이루어냈구나....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저 자신이 CG실무에서 떠났던 것을 50:50 후회합니다.
그외에 정말 여러가지 측면에서 드리고 싶은말씀은 많으나 위에 생각이 핵심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지금 인생의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신 글쓴님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까하고 끄적이고 갑니다.
익명 댓글이 안되기에 언젠가 이 댓글은 지울것 같습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