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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5 04: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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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깔며 패배했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끝없이 패배해오며 갈 수록 패배시키기 어려운 판을 짜왔고, 이제는 패배시키기 어려운 강적이 되었으며, 종종 승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승리는 민주세력의 승리에 있지 않습니다. 민주주의가 승리하는 그 무대의 바닥에 있습니다. 친일파에게 패배하고 친일파 천국인 가짜 공화국을 세우면서 헌법을 남겼고, 직선제를 만들고도 또다시 군부독재에게 패배하면서 직선제를 남겼습니다.
기득권 세력은 기득권 세력 그 자체지만, 민주주의는 민주당 세력이 아니고 민주 세력이라고 하는 집단은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세력집단이 아니고 국가와 세계, 인류의 속에서 퍼져나가는 하나의 정신적인 경향이며, 그 경향에 올라탄 특정 집단을 탄압하고 공격하는 것으로 파훼할 수 없는 비가시적이며 물리적으로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패배시킬 수 있으나 결코 제거할 수는 없으며,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불특정 다수의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계승되어 부활합니다. 잔혹하게 탄압당해 스러져간 민중의 뜻을 대륙 반대편에서 책으로, 소문으로 전해들은 민중이 계승하여 부활시킵니다. 때문에 아무리 처참하고 비참하게 패배해도 결과적으로 단 한 발자국도 퇴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걱정 없이 투쟁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