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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10: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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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영화는 정말 결과로 모든 걸 따지는 예술..아니.. 이런 면에선 산업이죠.
흥행의 결과가 모든 걸 좌우합니다.
감독이, 스텝들이 자기 돈으로 영화를 찍는 입장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영화를 찍어.. 건당 돈을 받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감독일 지라도 .. 흥행을 생각하지 않고는 절대 작품을 찍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거지 같은 대접을 받고 다시는 이 감독과 일하지 않겠다 이를 갈아도..
그 영화가 흥행해서 누구나 다 아는 그런 네임드 영화가 된다면..
경력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경력 뿐 아니라 다음 영화의 페이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건 오야지(각 파트의 장)에게 뿐 아니라 달에 100만원도 못 받고 일하는 막내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어서 듣보잡 영화가 전작이야.. 라기 보단 곡성 연출부야, 촬영부야.. 하는 소리가 다음 취업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 전작에서 욕을 하고 다시는 니쪽보고 오줌도 안싼다고 떨어져나간 스텝들도..
다시 뭉치자고 연락오면 못 이기는 척 다시 붙는 거죠.
게다가 ..직급이 높아질 수록 현장에서 고생이 덜 한 건 어디나 마찮가지죠.
근데
현장에서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는 스텝들의 실상을 안다면..
혹여라도 그 장면을 그 스텝들의 가족이라도 보게 된다면.. 정말 통곡할 노릇일 수도 있습니다만.
관객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로 다가가진 않죠.
역시나 관객도 영화관에서 만들어진 결과만 보니까요.
현장분위긴 더럽게 하지만 연속적으로 흥행 성적이 좋은..
어떤 감독의 흥행이 몇 번을 무너져 이제는 손 쓸수 없는 지경이 되지 않는 한 무너지지 않는 한 약진은 계속 될 겁니다.
현장에서 그에게 욕을 먹고 그 튼튼한 벽돌만한 무전기가 몇 대나 아작나는 상황을 봐도..
나사 같이 움직이는 영화스텝은 다른 사람으로 갈아치우면 그만인 .. 슬픈 현실이니까요.
사실 촬영 뒷 얘기 같은 건 일부러 메이킹 등을 미디어에 내놔 선전하지 않는 한 대중에게 잘 알려질 일은 없습니다.
특히나 모든 걸 선별해 내보내는 영화판은 더 하죠.
그런데.. 그의 행실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상황에서 만약... 만약 그가 정말로 그렇다면 자성을 바라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대중이 그의 성격이 이러니 영화를 안 보겠다 하지도 않을 것이고..
어떤 스텝이 그의 영화는 보이콧 하겠다고 해도.. 대신할 사람은 너무나 많으니까요.
사회 구성원이 아무리 윤리적이어도 제도가 윤리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면
사회가 삭막하고 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영화판도 마찬가지죠. 노조들이 열심히 활동하지만 그 계약서 따위 지키지 않아도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항의하는 것 뿐이죠.
보이콧 해봐야.. 거기에 동참하겠다는 스텝이 몇이나 되겠으며..
한무리가 보이콧 한다 해도 놀고 있는 스텝은 많으니까요.
일 잘하는 사람은 없어도 일 찾는 사람은 많은법이죠.
갑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바뀌는 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고요.
정부차원에서 제도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영화뿐 아니라 모든 근로자들을 위해서말이죠.
그러기 전에는 감독이든 사장이든 교수든.. 뭐.. 갑질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그런데 우연히 인성도 별로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갑질을 하겠죠.
....
그냥 지나가다 한숨 한 번 쉬고 간다는 게 글만 길어졌네요.
아, 곡성은 저도 봤습니다.
낚시질로 시작해서 낚시질로 끝나는 영화였지만 .. 그 낚시질이 대단해서 영화를 끝까지 책임집니다.
질리지 않게 후킹하는 비법은 감독이 가진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 혼자 절대 찍을 수 없습니다.
보면서 와.. 스텝들, 배우들 정말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시종 나오는 영화였습니다.
분명 감독도.. 자신 혼자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간 .. 보다 멋진 방법으로 스텝, 배우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될 수도 있겠죠.
그의 영화가 점점 발전해 나가는 것만큼 현장 분위기도 발전해 나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