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운동권은 20-30년에 걸쳐 다양하게 분화해 왔고 이제는 서로 섞어 놓기가 어려울 만큼 추구하는 가치와 현실 인식이 다릅니다. 극단적으로는 강길모와 같이 과거를 반성하고 그 반대 진영에 서서 비판을 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도 그 시대의 혁명사상을 추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미 이렇게 복잡하게 분화된 사람과 그들의 생각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식하고 주사파라는 선정적인 말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사안의 구체적인 면면을 들여다 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 겁니다. 예컨대 박근혜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던 모든 세력을 싸잡아 적폐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일단 강길모의 정치적 성향이나 주장과 관계없이 그가 말한 주사파의 실제 활동들은 사실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첫째 강길모의 주장처럼 운동권 출신의 정치인들 다수가 김일성에게 충성 맹세를 한 사람입니까? 사실이라면 근거를 가져 오시고, 아니라면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임종석 입니까? 강길모의 주장이 임종석을 적시하는 것이라면 이번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한 검증 차원의 논거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강길모의 주장을 통해 임종석이라는 한 사람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일심회 사건이 벌어진 것이 임종석이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인가요? (이건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라면 그 들의 주장은 80-90년대 당시의 일부 주사파라 할 수 있는 인물들과의 사상적 유사성만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그 시대의 운동권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몰아 가려는 시도일 뿐인 겁니다.
- 인터넷 댓글을 보니 "아무리 그래도 임종석이 주체사상을 따랐다는건 부인할수 없다" 라고 얘기를 하던데 뭐라고 반박해야 하나요? 그렇게 주장하는시는 분께 "임종석이 주체사상을 따랐기 때문에 했던 일이 무엇"인지 물어 보시죠. 혹은 "주체사상이 정확히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어 보시고 그에 대한 답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추가로 반박의 논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럼 지금 주사파라고 불리는건 자백을 주사파라고 했기 때문에 그냥 통틀어 주사파라고 잘못 불려지고 있는건가요? 임종석이 주사파라는 용어를 썼을까요? 저는 아닐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해서는 사실의 호가인이 필요합니다. 다만 과거 학생운동권을 주사파 혹은 종북세력이라고 통칭하는 것은 소위 보수세력이 써먹는 잘못된 프레임입니다.
- 그럼 그 당시 임종석 같은 분/단체를 뭐라고 불렀나요? 주사파같이 명칭이 따로 있나요? 큰 카테고리부터 구분해 나가면 NL, 학생운동권, 전대협 순으로 집단을 갈무리 해 볼 수 있겠는데, 주사파는 앞의 분류에서 북한의 주체사상을 자신들의 주요한 행동강령으로 추종하는 세력입니다. 임종석은 앞의 세 가지 집단에 속한 것은 맞지만 주사파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 이 때 임종석님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데 뭘 위반해서 잡힌 건가요? 임수경님을 북한으로 보내서 잡힌건가요? 그럼 임수경도 임종석님이랑 똑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인가요? 국가보안법에서는 반국가단체(북한을 포함)와의 회합(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조항을 일일이 열거하기엔 복잡합니다. 생각하시는대로 임수경을 북한으로 보내 반국가단체와 회합을 공모했다는 것이 임종석의 국가보안법 위반의 큰 개요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임수경의 생각이라는 부분이 모호하여 이에 대한 답은 드리기 어렵네요.
- 갑자기 이렇게 빨갱이로 몬 이유가 있나요? 그 당시 임수경의 방북은 정부의 협조 또는 묵인 하에 준비되고 있었는데, 문익환 목사의 밀입북 사건으로 분위기가 반전되었습니다. 당시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여소야대 국면이었고 5공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 때문에 노태우 정권이 위기에 내몰린 시기였죠. 때문에 문익환 목사와 임수경의 밀입북 사건을 계기로 노태우 정권은 정치국면의 반전을 꾀하게 되고 방북을 추진한 전대협을 필두로 대대적으로 학생운동권에 대한 탄압을 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