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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22: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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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피해자입니다.
전 그날의 상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고속도로에서 옆에가던 스타렉스 하나가 비틀거리면서 달리다가 갑자기 오른쪽벽을 치고 튕기면서 뱅글뱅글 돌더니... 저희차를 덮쳤죠..
저를 향해 달려오던 그 스타렉스 색상까지도 기억합니다.
다행히 저희집차량은 오래전 튼튼그자체였던 구형 코란도 밴이었고.. 차는 폐차되었지만 생각외로 저희들은 심하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차가 직접 받았던곳은 제가 앉았던 보조석쪽이었고.. 그 스타렉스의 백밀러가 제 오른쪽 팔꿈치에 박혔죠...
오른쪽팔이 피투성이가 된채로 사설응급차에 실려서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에 실려갔습니다.
TV에서보던 응급대원같은건 전혀없었고.. 왠 잠바입은 아저씨 (파란색잠바였습니다. 거의 작업복 스타일의 복장이었죠) 한명이 운전했고.. 뒷자석엔 저혼자.. 얼빠진듯 누워서 실려갔죠.
도착을 해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그순간 왤케 배가고프던지 .. 새벽이긴 했지만.. 저녁도 먹었었는데.. 너무 배가 고프더라구요 ;;;
간호사에게 저 바로 안하죠? 옆에 매점없나요? 라고 물으니까 없다네요. (지역도 기억이 가물한데요.. 좀 시골기분이 들었습니다. )
그래서 오른쪽팔에 피를 뚝뚝 흘리면서 바로옆에 있는 편의점에 갔습니다.
간단하게 두유랑 빵을 사서 다시 병원으로 갔고..
병원앞에 입원중인 환자인듯한 2분이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계시더라구요.
그때 아버지가 실려오셨고.. (당시 아버지는 눈에보이는 외상은 없으셨습니다)
안에들어가서 일단 오른쪽팔에 박힌 유리조각 제거작업을 했고, 일단 응급조치가 끝난후 그담날 렌트받은 다른차량으로 집까지 갔고
다시 집근처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때 가해자는.. 보험처리 못한다고 우기고.... 현금으로 해주겠다고 50만원주고 퉁치자 이러더라구요 ㅠ.ㅠ
일단 교통사고환자이다보니 통상적인 의료보험 혜택을 못받더라구요 ;; 그게 다 쌩돈이 들어가고 ㅠ.ㅠ ..
결국 가해자가 보험처리로 돌려줬고.. 무사히 이런저런 치료를 받았습니다.
문젠 처음 그때 그 병원에서 유리 제거를 제대로 못했는지 계속 곪아들어가서 꼬맨거 다 풀고 세세히 다시 유리제거를 했습니다.
팔꿈치 치료가 다 완료된후에 흉터는 보험회사에서 돈으로 퉁칠래? 원할때까지 성형수술을 계속 할래? 하는걸 수술로 선택해서 지정된 성형외과를 갔습니다.
치료전에 부위 집중 사진 찍고, (원래 그래야한다네요) 제 기억상에 흉터제거 수술을 12번이었나? 15번인가? 했습니다.
더는 안지워지는것 같아서 그걸로 마감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교통사고난지 어언 20년 다되어가는데.. 아직도 컨디션나쁘거나 건강이 나쁘면 오른쪽팔꿈치부터 손가락 끝까지 저립니다.
흉터는 얼핏 지나가듯 보면 안보이겠지만 (색이 거의 비슷한상태라..) 자세히보면 큼직한 흉터가 있습니다.
그때 가해자놈이 운전이 직업이라고 자기 먹고살아야한다고 보험처리하면 안된다구 50만원으로 안되냐구 저희집에 찾아와서 무릎꿇고 사정하는데.. 정말 패죽이고싶었습니다.
전 그때 저를 향해 달려오던 회색 스타렉스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술마시고 운전하는 사람들은 다 잠재적 살인자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