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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4 11: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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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스토리가 재미없다, 스토리가 빈약하다"라는 말을 하는데,
정확히 이야기하면 "동기부여가 안 되고 공감이 안 된다"입니다.
스토리의 치밀함? 상세한 설정? 다 가능합니다.
역으로 예전에는 미국식의 밑도 끝도 없는 방대한 설정을 매우 좋아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오히려 요즘은 식상함도 느낍니다.
정작 중요한 건, "내가 이 퀘스트를 왜 해야하지?"와 "아 이 이야기 참 공감이 가는구나, 재미있구나"라는 걸
한국 RPG에서는 느끼기 힘들다라는 것입니다.
"우리 종족을 위해서 제단에 제물을 올리고 싶다" 여기까지는 공감할 수 있지만,
"그러니 제물을 위해 뭘 20마리 잡아달라", "뭘 30마리 잡아달라"
이런 퀘만 반복적으로 나오니 처음 한 두 번은 몰라도 나중에 가면 아무런 공감을
느끼지도 못 하고 "아 또 노가다네"라는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예전에 즐기던 FFXI Online이라는 게임의 경우, 퀘스트 중에 한 모험가의 생애를 따라가는
퀘스트가 있었습니다.
그다지 큰 경험치도 없고 광활한 월드 전체를 뛰어다니는 어찌보면 쓸모없는 퀘스트지만
퀘스트 보상이, 주요 경험치작을 할 수 있는 필드의 지도였습니다.
이 퀘스트가 거의 레벨1때부터 시작을 해서 실제 해당 맵을 찾게 되는 레벨40까지
레벨업을 위해서 돌아다니게 되는 지역들의 어느 한 구석에 있는 비석을 찾는 퀘스트인데
레벨업을 위해서 "가는 김에 들려보자"라는 동기 부여를 하고 또한 , 각 비석들별로 스토리를
갖고 있어 그걸 찾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레벨업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의 퀘스트와 하나도 틀릴 것이 없이 몇 마리 잡아라 하는 게임의 스토리와
이렇게 본인 스스스로 하는 김에 하다가 어 재미있네? 라고 하게 하여 자발적으로 참여케 하는 게임을
동일 선상에 보고서 하는 건 그냥 변명처럼 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