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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2 19: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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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장 이른아침에 스케쥴러를 세팅해 두었던
샤오미1세대 로봇청소기.
보통은 그 시간대 출근을 하지 않아서
출근을 하고 첫번째 하는일이
40평 남짓 많이 험난하고 먼지도 많은 영업장에
그가 청소를 마무리하려 고군분투했던
흔적들 - 이유모르게 구석에 박혀있거나,
건드려서 넘어진 접이식 의자에 맞고 멈춰있거나
사무용의자를 밀어서 혼자 갖히거나
물티슈나 머리끈 등이 안쪽에 걸려서 멈췄거나
전선사이에서 옴짝달삭 못하고 멈춰있거나
등을 보고 무심하게 충전집에 보내줬는데
사정이 있어서 일찍 출근을 한적이 있는데
안쪽에서 드르륵, 쿵쿵, 드, 드르륵, 덜덜덜 하며
전선과 집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를 발견하고
한동안 지켜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사력을 다해 움직이는 그를 보니
뭔가 애잔하고 안타깝더군요.
그제서야 자세히 보니
그동안 사투를 벌였던 흔적들이
몸에 여러 상처로 고스란히 남아있고
배도 너무 많은 스크래치로 원래 색이 없어진지
한참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5년쯤 되던 날 물담아 두었던 병이
넘어지고 그 물을 모두 빨아들이고 멈췄습니다
안그래도 청소를 마치고 충전을 들어갈 때
팔순 노인마냥 덜덜거리며 겨우겨우 움직이던 놈이
그렇게 갔다는게 뭔가 죄스럽고 안타깝더군요.
비록 한국말을 못하고
가끔 집을 찾아가진 못해도
집에 가까이 오면 몸을 돌려
엉덩이를 움찔움찔하며 충전단자에 들이밀던
그가 있어서 바닥청소를 거의 안해도 되었었습니다
물병을 치웠어야 했는데.. 라며 작은 후회를 하고
다음날 새 제품을 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