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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3 18: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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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전에 결론이 미리 나와있다고 해서 회의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듯,
뇌가 사고하고 판단하기에 앞서 결정조건이 갖춰졌다고 해서 사고판단이 의미없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진화과정에서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 기관은 퇴화되고 없어졌겠죠.
또한 뇌가 기계적 프로그래밍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기존의 증거를 뒤엎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의지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제대로 정의하지도 않고, 종교에 가까운 영적인 무언가를 가정한 상태에서의 뇌과학 연구 결과는 당연히 최악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인간으로 살아왔으며, 인간으로 살아갈 것이고, 스스로에 대한 앎과 깨달음이 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만들 겁니다.
우리가 자신의 자유의지에 대한 책임비중이 적다는 말은 우리는 사회시스템에 좀 더 고민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주위를 돌아보고 자신의 자유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주도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화하지 않고, 교류하지 않고, 그저 태어난대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는 생물을 우리는 짐승이라고 부르죠.
또한 우리가 인간 뇌의 기계적임을 알 수 있다는 건, 인간의 인간다움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에 대한 고민 없이 섣부른 판단으로 입을 열게 만드는 '원인'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유념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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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얘기는 별로 안 하고 싶긴 했는데, 사고판단은 사실 대부분 자기반성을 위해 마련된 겁니다. 경험 -> 학습 -> 행동수정 순서죠.
사람들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서 환상을 갖고 있는데, 그건 경험하고 배우기도 전에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믿는 거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사기쳐먹기 좋습니다.
자기반성 없이 즉물적으로 판단하며 스스로 이성이 있다고 믿으니, 적당히 부추겨만 주면 간도 쓸개도 다 빼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