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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7 02: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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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방황중인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보듬어지길 원했지만, 업무에 밀리고 일상에 치여 줄곧 뒷전이었다. 오늘은 꼭 쓰던 단편을 끝내야지. 밤늦은 결심은 피로 앞에 고꾸라질 따름. 생으로 얼음 씹으며 조금만 더 쓰고 눕자 결연해도, 생산에 대한 조급만 더해갈 뿐 머리가 무겁다. 이러다 영영 완성 짓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무섭다. 그럴때면 무인도에 유배된 죄인처럼 한 없이 외로워진다.
다행히 오늘 누군가의 가상 작업실에 들러 위로를 좀 받았다. 각자의 공간과 공기는 다르더라도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 나와 당신, 또 무수한 글자 노동자들을 생각해본다.
조금은 외로움이 덜 하다. 덕분에 용기내어 커피를 한가득 내려왔다. 오늘은 단편 하나를 끝내야지. 혹 맘처럼 진도가 안나갈지언정, 무어라도 써야지. 그래도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