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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2 05: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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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치루는 내내 아들은 후회에 대해 생각한다.
어미 손을 잡고 통신사 매장에 함께 갔다면
무언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어미가 처음 하트를 보냈을 때
잘 받았다고, 아니 그 정도 다정까지 갈 것 없이
이게 뭐냐고 타박이라도 했다면?
그러니까, 답을 하고
말을 하고
듣고 뱉으며 싸우기라도 했다면?
우는게 상주로서 도리일 것 같은데
착잡함과 갖은 의문으로
울만한 감정의 여분이 없다.
어미는 하트를 유언으로 남겼다.
아들은 급하게 새로 임대받은 스마트 폰을 열어
애미팡을 다운받는다.
톡 계정으로 접속해
어미가 보낸 아이템을 수령한다.
하트를 하나 소모하여 플레이를 시작한다.
지금 사라진 하트는 어미가 보낸 것일까?
무엇에 어미 흔적이 남아있는지 분간할 수 없다.
무기력하게 십만점도 넘기지 못한 게임이 끝나고
순위 리스트가 나타난다.
거기, 1위에 어미가 있다.
가장 위에,
젤로 잘 보이는 곳에.
아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무언가 깨달은 듯 긴 탄식을 뱉는다.
무엇을 깨달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가슴을 주먹으로 후드려 팬다.
요즘 누가 애미팡을 한다고...
아이고, 노인네. 아이고, 어무이.
아이고.
아이고.
비로소 상주의 곡소리가 빈소를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