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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2 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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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피 이 논쟁에서 '좋은 의도인데!'말고는 어떤 논리적인 반박도 나올리 없는걸 알기 때문에 몇마디만 덧붙이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역지사지라고 하는,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는 능력'이 모두에게 있을거라는 환상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은 아무래도 상대 기분보다 '내 좋은 의도'를 더 중요시 할 수 밖에 없죠.
아마 이런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굽히지 못하는 이유는, '고작 이정도로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하는 방어적 심리가 아닐까 싶은데,
사실 차별이란게 별게 아닙니다. 꼭 상대를 낮잡아보고 괴롭히는 것만이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두어 구별하는 행위 자체가 차별이고 그로인해 상대방이 '평범하다는 기분'을 못느끼게 만드는게 차별입니다.
장애우라는 예시에서도 하려는 이야기가 다른건 다 '인'인데 장애인만 '우'인 것이 문제라는 것이고, 의도가 무엇이든 '의도'가 개입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아시아계혐오범죄가 심각해지던 시점에 한국계 미국인인 에릭남씨가 CNN에서 아시아계 차별에 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대략 내용은,
범죄뿐만이 차별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차별은 일어난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다른 미국인으로부터) 고향이 어디냐, 영어를 잘한다. 같은 말을 듣곤 하는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애틀란타 출생의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으로서 '난 미국 사람이 아닌가?'하며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차별은 의도와 무관해요. 구분 지을 필요가 없는데 구분짓는 행위 그 자체가 차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