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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7 11: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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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작성자님의 글을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부모님께 의지해서 생활하고 계시는군요.
저도 몇년을 히키코모리 처럼 지낸적도 있는데 그때 하필 길고양이가 집에 들어오면서 키우게 됐습니다.
그때 저도 제 사정을 알기에 키울 생각은 안했습니다.
근데 자연스럽게 저희집에 눌러 살게 되면서 제가 그나마 제일 잘 보살피니 제가 주인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당연히 부모님은 싫어하시지만 다행히 주택이었기 때문에 마당에서 키우는 것 정도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데 문제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되면서 제 방도 없어지고 마당도 없으니 고양이들을 버리고 가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부모님이 동물을 너무 싫어하니 방안에서 더러운 동물이랑 같이 산다는건 생각도 못할 일이고 저는 집에서도 무능한 짐 덩어리에 불과하니까 발언권도 없었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능력이 있었으면 어떻게든 애들 데리고 나가서 살았을거 같은데 전 직업도 없고 할수 있는 일도 없는 진짜 살아있는 시체같은 삶을 살고 있었거든요.
평생 부모님에게 존중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돈벌이의 괴로움와 살벌함에 대해서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컸습니다.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할까요?
지나간 시간이 너무 후회 되더라구요.
이삿날이 다가올수록 미칠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머리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어요. 고양이를 버리고 난후의 내 삶에 대해서...
어려운 시기에 찾아온 생명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저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무력하고 의미없는 엉망인 제 삶에 그나마 숨통을 틔어주는 생명들인데 내가 고양이를 버리는게 아니라 내가 나를 버리는것 같은 느낌이 었습니다.
내가 내손으로 애들을 버리는 순간 나는 인간이길 포기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한테 남은 마지막 인간성이라는것을 버리는것 같은 느낌이랄까...사이코패스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보통 사람들은 머 그렇게까지 하냐 하시겠지만 그때의 저는 충분히 그랬습니다.
결국 어떻게든 애들을 데리고 왔고 애들 지키기 위해 직업교육도 받고 직장도 얻고 돈도 벌면서 애들이랑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족과 멀리 독립해서 살고 있고 명절에도 집에 안내려가고 가족과도 거의 왕래 않고 살고 있어요.
첨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지옥같은 곳이었지만 멀리 오랫동안 떨어져 살면 그리울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네요.
오히려 지금 애들이랑 같이 있는 이곳이 정말 오랫동안 산 고향같이 느낌이 들어요.
작성자님 지금 일어난 일은 어쩔수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또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 꼭 자기의 힘으로 일어서시길 바랍니다.
뛰쳐나가서 내 삶을 꾸려나가는것이 물론 쉽지는 않지만 때때로 보람이나 자부심이란것을 주기도 해요.
하지만 가족이든 머든 누군가에게 기대사는것은 좀더 쉽고 편할수는 있으나 조금씩 자신을 갉아먹고 비굴하게 만들어요.
힘내시고 오늘을 잊지 마시고 한걸음 힘내서 내딛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