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5
2016-01-06 11:27:09
70
오히려 음식을 손으로 먹었던건 서양 유럽이죠...
유럽 사람들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손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굳이 식사예절이라고 할 게 있다면, 상류 계층의 사람들이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만 음식을 집어들었다는 것뿐이었지요.
그러다 11세기에 이르러서야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에서 끝이 두 갈래로 나뉜 소형 포크가 고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완고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시위가 일어납니다. 신의 은총인 음식을 만질 수 있도록 허락된 것은 신이 만들어 주신 인간의 손뿐이라는 이유에서였지요.
오랫동안 창고 속에 처박혀 있던 이 소형포크가 이탈리아에서 겨우 빛을 보게 된 것은 15세기 말 경인데, 그때 역시 포크를 사용하는 남자는 여자 같은 녀석이라고 멸시당하는 조소의 대상이어서, 포크를 쓰고 싶어하는 조금 특이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집에서 혼자 식사할 때만 하인들도 모르게 몰래 써야 했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이탈리아를 제외한 다른 유럽국가에서는, 포크는 18세기에 이르기까지는, 식탁에 한 번 올라보지도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프랑스에서는 국왕 앙리 2세의 왕비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부터 온 카트린느 왕비에 의해 포크가 소개되었고, 이것마저도 대중적으로는 시큰둥한 반응을 얻다가 프랑스 혁명 이후에서야 급속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프랑스 혁명 이후에야 포크 문화가 확신되기 시작한 이유가 또 재미있답니다.
당시 프랑스 혁명에서 숙청과 추방의 쓰라림을 겪어야 했던 귀족들은, 그래도 몇 백 년을 이어온 귀족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릴 수가 없어 무언가 평민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써 사용한 것이 바로 포크였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물 간 귀족 신분이지만, 오랜 세월동안 사치와 영달을 누렸던 그들이 포크를 사용하기 시작하자마자, 포크는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품위와 사치의 심볼로 금세 변하였다는사실입니다.
그래서 3개의 손가락을 사용하든 10개의 손가락을 사용하든 어쨌든 손으로 먹는 식사는 돌연 상스러운 행위로 전락해 버렸고, 점차 언제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었냐는 듯 용도별로 수많은 포크와 나이프, 스푼들이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포크의 역사가 이렇게 짧다니, 정말 뜻밖이지요?
이렇듯 유럽인들이 손으로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은, 지금은 유럽인들 자신도 잘 알지 못하지만, 그 흔적이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손으로 먹던 시대에는 더러워진 손을 씻어야 했기 때문에 식탁에 물 그릇을 놓는 것이 필수였는데, 지금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핑거 볼(finger bowl)은 그 당시 유럽의 수식(手食) 문화를 짐작케 하는,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물품이랍니다.
http://appleinterior.tistory.com/m/post/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