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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7 1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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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에 덧붙이는 글이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아버지의 양육 태도에 대해 - 덧붙이는 글>
최근에 쓴 글이 길고 딱딱한 글인데도 너무 많은 분이 읽었다. 하루도 안 되어 6만 명이 넘게 읽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부연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제적인 아버지가 아이의 발달에 불리하다'는 말은 아버지의 양육 태도가 통제적이면 아이는 모두 문제를 보인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아버지의 통제적인 양육 태도가 있는 경우 아이의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가 조금 높다는 의미다. 아직 인과 관계로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다른 변수를 많이 통제하였기에 인과 관계를 의심해 볼 여지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통제적이라고 모든 아이가 문제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온정적이라고 모든 아이가 문제없이 잘 자란다는 것도 아니다. 통계적으로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비교했을 뿐이다.
앞선 글을 쓴 이유는 적잖은 분들이 '아버지가 무섭고 엄해야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잘 자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런 증거는 없다. 오히려 실증적 데이터는 그 반대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자신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아이를 위해서라고 포장하지는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온정적이면서, 통제적이지 않은 친구같은 아버지의 자녀가 수용 언어 발달이 좋고, 문제 행동을 덜 보인다고 해서 그 아이가 더 멋진 아이로 자란다고 볼 수는 없다. 멋진 아이, 훌륭한 아이, 좋은 아이는 정말 다양한 기준이 있다. 어쩌면 부모마다 각자 다른 '좋은 아이'의 기준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실증적 연구에서 측정한 '문제를 적게 보이는 아이'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문제를 안 보인다고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걱정은 좀 덜 수 있겠지만.
나는 부모가 아이에게 친구같은 존재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무엇보다 친구가 아니다. 친구는 책임지지 않지만 부모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와 나 사이는 상호 의존적이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는 어느 정도의 일방성이 있다. 친구처럼 생각해서는 계속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아이는 친구치고는 좀 '재수 없는' 친구일 수 있다. 내 아이, 내 새끼기에 사랑스러운 것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데 그대로 참고 있다. 무섭게 대하지 않는, 친구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친구끼리라면 과연 그런 행동을 참아줄까? 친구라면 오히려 벌컥 화를 내며 그러지 말라고 할지 모른다. 반면 아이에겐 친구에게 화내듯 세게 화낼 수도 없다. 친구와 나의 힘의 차이에 비해 아빠와 아이의 힘의 차이는 엄청나니까. 같이 놀이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봐도 친구 간에는 서로 봐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빠는 아이에게 봐주며 게임을 하는 편이 좋다. 서로 대등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 이런 쪽이 정의롭다. 역시 부모와 친구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모는 아이에게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가르칠 것이 있고, 도와줄 것이 있고, 금지할 것이 있다. 아이들은 어떤 행동은 해도 되고, 어떤 행동은 안 되는지 알지 못하기에 배우고, 익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런 과정을 아이가 무리없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따뜻하게 도와주는 편이 낫다. 이것은 교육의 포기가 아니며 제대로 된 교육을 의미한다. 친구끼리는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 친구는 가르치는 존재는 아니니까. 상대의 행동을 보고 스스로 배울 수는 있겠지만 어느 한쪽이 가르치려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것은 친구 관계가 아니다.
앞선 글의 내용에서 우리가 배울 교훈은 가르친다면서 엄하게 대하고, 무섭게 대할 거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빠는 엄마보다 통제를 할 때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긁어 부스럼을 낼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상처를 제대로 치유할 행동까지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상처를 제대로 치유해야 흉터도 없고, 고운 피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흉터를 남기지 않는 것이 부모됨의 목표일 수는 없다. 더 따뜻하고 친근하게, 더 나은 방법으로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당연히 그때 아이가 더 잘 자란다. 부모로서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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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한 가지 더. 엄격한 태도는 아이가 어릴 때 보여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어릴수록 살짝만 단호해도 아이가 잘 반응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마냥 예쁘다고 봐주고, 크면서 엄격해지면 잘 먹히지 않는다. 결국 상황이 폭력적으로 흘러가기 쉽다. 아이가 어리면 그건 안 된다는 단호한 표정, 팔로 가위표를 만들어 아이에게 보여주기 등 가벼운 몸짓과 태도로도 부모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조금 목소리 톤을 낮추고 머리를 저으며 짧게 "안 돼"를 반복해도 아이는 충분히 부모의 의도를 심각히 받아들인다. 떼를 쓰고, 울겠지만 오래 버티기 어렵다. 클수록 버티기는 점점 심해지고, 반항의 양상도 강해진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 살짝만 단호해지자. 대신 상황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대하자. 무엇보다 안 좋은 행동에는 반응을 보이지 말자. 이런 틀을 어릴 때 잡아둬야 그 다음 양육을 좀 더 웃으며 진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