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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10: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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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고민을 적은 게시글엔 댓글을 잘 안다는데요..
글쓴님 마음이 꼭 지난날의 나 같아서 그냥 지나치지못하겠어요.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요..
저는 부모님 불화가 심했는데 제가 고딩이 되어서는 엄마한테 차라리 이혼하시라고 했었어요.
내 엄마를 보내고 싶진 않지만 같은 여자로서 바라본 엄마의 인생은 너무 불행했거든요.
제가 성인이 되어서 엄마는 아빠와의 힘들었던 부부생활까지도 울면서 이야기해주셨어요.
얼마나 힘들었으면 딸자식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 털어놓으셨을까...
내 딸자식은 그리 살지말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으셨겠지요.
그런데 실은 저도 엄마한테 상처많이 받고 자라서 사춘기땐 엄마랑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그랬어요.
일일이 다 쓰자면 길어질것 같아 생략하지만 뭐 글쓴님 경우랑 비슷해요.
근데 저도 결혼하고 살아보니 부부생활은 아무도 모르는것이더라구요. (결혼 16년차입니다.)
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지 17년됐는데요.. 엄마가 저한테 20년전에 하셨던 말씀들 지금도 생생하고 또 가슴아파요.
글케나 엄마한테 상처 준 아빠가 미워서 저도 연 끊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게 아빠 입장을 제가 모르잖아요.
거기다 엄마 아빠 두분다 바람을 쐬셨던 분들이라 백퍼 엄마편만 들기엔 마음이 글케 움직이지 않더라구요..
양쪽 말 다 들어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빠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거구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어려진다잖아요~
상처받았던 어린시절을 어머님께 사과받고 싶은 작성자님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어머님 성향이 이성적으로 생각하시고 사과하시는건 좀 어렵지않을까 싶네요.
그렇다면 글쓴님께서 변하셔야할것 같아요.
어렵겠지만 지나간 일 잊으려 노력하며 자신의 상처를 엄마의 사과로 치유하려하지말고 스스로 치유해나가시는게 더 빠를것 같아요.
그리고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고 생각을 투자하시는게 좋을듯해요.
상처받은 과거에 얽매이다보면 미래도 상처로 남는 과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저희 아빠도 평생 술 못끊으실 줄 알았는데 지금은 가끔 드시는 정도로 변했어요.
술 한잔 하시고 전화오면 참 맨날 싸우고 힘들었는데 이젠 적당히 한두마디 정도로 비유맞춰드리며 "아부지 오늘 약주 좀 많이 하셨네~ " 이러면 "나 술 안먹었어" 이러시거든요~?
그럼 제가 "내가 아빠를 하루이틀 봐? 차라리 귀신을 속이셔!! 어여 한숨 주무시고나서 다시 전화하세요~~ 알았지?" 이럼 "ㅋㅋ 알았다" 이러고 끊으세요.
직설적이기보단 살살 구슬르고 달래며 어머님께서
조금씩 변하실 수 있도록 방향을 조금 바꿔보심 어떨까 이 말을 하고 싶어 길고 긴 글을 썼네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예요.
희망을 잃지마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