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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8 22: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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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서 어차피 달아도 안볼까 싶어
안쓰려고 했지만, 글쓴이가 루시드 드림에 꽤 진지한거 같아 몇자 써보려함.ㅇㅇ
요샌 꾸지 않지만, 예전에 루시드 드림에 푹 빠져 살았을 때가 있음.
내가 자각몽을 꿀 때만 해도, 인터넷도 지금처럼은 발전도 안돼 있었고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요새처럼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어떻게 하면
더 '강력한' 루시드 드림을 꾸려하지도 않았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각몽은 '적당히' 했으면
하는 일종의 노파심이 들어서임.
나는 아주 오랜 기간동안 아주 서서히 자각몽을 꾸게 된 경우임.
초등학교 시절 도사견들한테 쫒기는 꿈을 꿨는데, 축대라고 그러나?
암튼 우리 동네에 있는 무슨 벼랑 같은 데까지 쫒겨서 진짜 생의 위협을 느꼈음.
장난 아니고 꿈에서 엄청나게 무서웠음.
그래서 꿈에서 어쩌지 어쩌지를 n번 하다보니,
우리 동네에 도사견이 5~6마리씩 돌아다니는데
길가나 동네에 아무도 없는게 영 이상한거지. 그 때가
내가 꾸는 것이 꿈이라는 걸 꿈 속에서 깨달은 첫번째 일임.
(결국엔 도사견한테 뜯기는 바에, 뛰어내리자고 생각했고 (꿈이니까 안죽겠지하고),
근데 막상 뛰어내리니 몸이 풍선처럼 서서히 떨어졌음. 좀 나는듯 싶다가 바닥에 불시착)
그 때 꿈에서 나는듯 떨어지는듯, 하는 경험은 정말 충격적이었음.
현실과 구분안되는 생생한 느낌, 그 생생한 느낌이란게 하늘을 나는 느낌이라면
누구도 그걸 쉽게 잊지는 못할 거임. 며칠이고 곰곰히 생각한 결과
<난다고 생각하면 몸이 조금씩 떠올랐던 것>에 주목하게 됨.
그 후로 꿈에서는 한 번 뛰었을 때 몸이 풍선처럼 둥둥 뜨게 되면
꿈이라는 걸 알아차렸고, 그걸 몇 년에 걸쳐 가끔씩 반복하다 결국
하늘을 날 수 있는 비결이자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음. 그것은
<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꿈에서 일어나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들>
이란 것임. 요새 자각몽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일지도 모르겠음.
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가 부지불식 간에 머리 속에 떠올리는 것들임.
꿈에서 가만히 있다가, 뒤에 누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순간
뒤를 돌아보면 누군가 있고, 순간 겁에 질려 쫒아오면 어쩌지 하면
그 순간 쫒아오기 시작함. 쫒아와서 날 찌르면 어떻하지 하는 순간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칼이 들려있을 것임.
나에게 있어서 자각몽은 크게 두단계였음.
1) 꿈이란 것을 깨달음.
- 꿈은 현실과 다른 점이 매우 많음. 꿈을 자각하는 경험은 학습됨.
저번에 꿈이라는 것을 깨달은 징표는 다음 꿈에서도 알아 볼 수 있음.
그리고 꿈을 꾸면서 꿈을 알아차리는 학습영역은 따로 있어서, 꿈의 징표들의 '대체적인 경향성'을
알아차리려면 그만큼 자각몽을 오랜 기간 꾸어야함. 나중엔 특정 징표없이도 꿈임을 바로 알 수 있음.
2) 자신의 욕망대로 꿈을 꿈.
- 자신이 원하는 것을 꿈으로 투사시킴.
자각몽의 핵심은 꿈으로 발현되기 전의 자신의 생각을 인식하는 것임.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 지를 인지하는, 일종의 메타인식의 능력에
자각몽의 파워가 결정됨. 이것을 위해서 현실에서 자신의 생각의 고리를
끊임없이 인식하는 연습이 중요함. 현실에서 가능한 메타인식의 깊이만큼
꿈에서 자각몽의 힘이 결정됨.
사람이 <기의>와 <기표>가 연결되는 순간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음?
현실에서 무엇을 말하기 전의 말하고 싶은 <느낌>이
어떤 특정한 <표현>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인식하는 것이
내가 체험한 메타인지의 정상이었음. 나는 원래 말을 유창하게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 사람이었지만, 그 당시엔
말을 더듬기까지 했고, 뭐가 됐든 말을 하고 듣는게 상당히 어눌해지고
어려워졌음. 이게 모두 자각몽에 급격히 빠져들며 생겨났던 일임.
학부시절 학교도 한 학기 휴학했을 정도니까.
꿈에서 여자를 원하면 얼마든지 탐할 수도 있었고,
그 여자를 내가 원하는 여자로 바꾸는 것도 당연히 가능했음.
몸이 커지는 것은 아주 쉬운 일 중의 하나였고
결국에는 시간도 느리게 할 수 있었음. 그냥
인셉션에 나오는건 다 할 수 있었다고 보면 됨.
(실제로 인셉션보고 신기하지도 않고 그냥 무덤덤했었음)
그랬던 내가 자각몽을 그만 두고, 앞으로도 꾸지 않으려 하게 된 것은
시간을 거꾸로 가게하는 자각몽을 꾸었을 때임.
나는 일어나서 정말로 신이 된 기분을 느꼈고
그렇게 꿈에서 전지전능해질 무렵되어서는
몇주동안 생각한 거라곤 빨리 밤이 와서 잠들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음.
그 사실을 깨닫고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고
꿈에서 꿈의 징표를 보아도 모르는 척 넘어가다 보니
자각몽 상태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다보니
자각몽을 서서히 꾸지 않게 되었음.
이 모든 사실을 믿든 안믿든 상관은 없음.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보다 그렇게 한가한 사람은 아님.
뭐 다른 것들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말해도 안믿을 거 같은데
더 이야기해봤자, 더 뻥일 거 같아서 여기까지만 하는게 좋을거 같음.
다 쓰고보니 노파심 같지만, 나는 그 때
마지막 자각몽을 꾸고 깨닳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질 않아
걱정부터 앞섬. 글쓴이도 루시드 드림이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음.
모든 것의 꼭대기를 오른 후엔, 그다음엔 내리막길을 걸어야만 하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