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대구 사람인데요, 물론 대구가 답답한건 맞지만 이번 대선 패배를 특정 동네 탓 만으로 돌릴 문제만은 아니에요.</p><p><br></p><p>TK20~25%, PK40%가 목표치였을텐데 그에 못 미치긴 해도 19%, 39%씩 나온건 상당히 선방한 거죠.(경북과 경남이 암울하긴 했지만 대구 20%, 부산/울산 40%는 엄청 잘 한거임)</p><p><br></p><p>이제야 살짝 변화가 생기려는 동네입니다. 막 걸음마 떼는 아이한테 왜 달리질 못하느냐고 욕해봤자 어쩔수가 없죠.</p><p><br></p><p>그리 따지자면 행정수도 이전 목숨걸고 막았던 당에다 표를 던져준 충청, 인천 빚더미에 앉혀놓고 도망간 놈을 가계부채특별위원장으로 올려놓은 당을 찍어준 인천은 그럼 뭡니까...</p><p><br></p><p>흥분하지들 맙시다. 어느 지역이 잘했네, 어느 지역이 못했네를 갈라 싸우지 맙시다.</p><p>서울+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패배했음에도 겨우 3%차이라는 것은 영남에서의 열세를 서울 호남에서 커버해냈고 나머지 지역에서 패배했다고는 해도 그렇게 큰 표차로 완패한게 아니었다는 이야기죠. (단순히 지도에다 우세지역 색칠놀이를 해서 시뻘겋게 보일 뿐이지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까지 완패는 아니었습니다) 이전 실패한 대선들에서 이정도로 많은 지역을 내줬으면 3%차이 패배 어림도 없습니다. 최소한 8%, 크게는 10몇% 넘게까지 벌어졌죠.</p><p><br></p><p>저는 이게 지역구도가 슬슬 깨지는 징조라고 봅니다.</p><p>이번 대선 패배는 어느 지역을 잡고 못잡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에 별 관심없던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그들의 '탈정치'가 너무 과하다 보니 '탈역사'해버리고 '탈도덕'해버린게 문제입니다. 나름대로는 공약을 보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고들 있겠지만 새누리당이 여태 걸어온 행보를 보면 이번에 내 건 공약은 자기네 인생과 정 반대되는, 남의 당의 공약들을 깊이도 없이 대충 짜집기 해 입은 코스프레에 불과하다는걸 알수 있을텐데... 게다가 민주공화정에서 독재를 옹호하는 이를 덜컥 지지해놓고 '공약으로 뽑아야지' 드립을 친다는 거 자체가 문제죠.</p><p><br></p><p>이번 대선 패배는 콘크리트층을 못 넘은게 아닙니다. 새누리 부동층은 약간씩이나마 점점 줄고 있어요, 연세 있으신 분들이다보니.. 묻지마 지지층이 1500만이나 되지는 않습니다. 또 이번 대선은 지역구도를 못 넘은것도 아니에요. 지역구도에 의한 패배라면 충청/강원/경기를 내 준 시점에서 이미 최소 8%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완패를 당했어야 맞습니다.</p><p><br></p><p>1000만의 표만 받아도 대통령 될수 있는 나라에서 1400만이나 표를 얻어놓고도 1500만에게 패배했다, 이것의 의미는 양측의 부동층(물론 이 부동층의 숫자는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많겠지만) 외에 정치에 별 관심없던 사람들이 다들 투표장으로 나왔으나(그리고 이건 온전히 가카-의 실정-덕분이죠 5년사이 이렇게나 높아진 투표율은 가카 치세에 대한 혐오와 피로탓이 큽니다) 그 표가 그냥 양분 되었다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100만의 차이는 아마 양측 부동층 간의 양적 차이가 반영된 거겠죠(영남쪽 인구가 호남쪽 보다 많으니) 나머지 부동층이 그냥 반반 나뉜거에요.</p><p><br></p><p>모든 부동층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정치참여를 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선이 있는건데 지금은 그 선이 희미해져 있기에 문제라는 겁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설 시절 '부패하면 어때 잘 살게만 해주면 되지'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와 '독재자면 어때 잘 살게만 해주면 되지'로 남아있는게 문제죠. 모든 사람이 선행을 하고 남을 도우며 살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도둑질은 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건데, 지금은 그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모럴해저드인게 문제란 겁니다.</p><p><br></p><p>이미 지역구도는 깨지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에 달려오게 된 이상 지역구도는 깨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이 도덕의 부재, 역사인식의 부재를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탈정치라고 나쁜것만은 아니에요. 좌파든 우파든 내게 이익되는 이에게 표를 던진다는건 나쁜게 아니죠. 문제는 그 이익이 남에게 도적질한 부당한 이익이라면 그에 대한 지지도 나쁜게 되는 거고, 그 이익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거짓말에 불과하다면 그에 대한 지지는 사기놀음에 순진하게 놀아난게 되는 거죠.</p><p><br></p><p>어차피 5년 뒤엔 사람들의 피로감이 지금보다 더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낮지는 않을겁니다. 가카 치세 5년에 공주님 치세 5년을 더한 피로감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때가 되어서 이 거대한 '탈정치 세력'이 '누굴 뽑아도 똑같네'소리하며 좌절하지 않게, '니들이 사실 똑같은놈 뽑아둔거다'라는 걸 알리고, 그들의 모럴해저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p><p><br></p><p>누구때문에 졌다, 어디때문에 졌다, 이런거 다 무의미해요. 우리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도덕과 역사와 철학의 부재 때문에 진겁니다.</p></p>
겟돈사기연합(게임 돈내고 사기 연합)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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