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에 따라 다르게 걷어 누구나 평등하게 되돌려받자'와

'누구나 평등하게 걷어 소득에 따라 다르게 되돌려받자'의 차이는,

아래 소리는 그냥 멍멍이 소리라는 겁니다.

보세요,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 '구휼'의 의미로 주는게 아닙니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이 나라 국민'이기에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최소한의 어떤 것 입니다.

물론 복지도 그 종류에 따라 지급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

어떤 종류의 복지는 소득에 따라 차등 제공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일정 소득 이하의 국민에게 제공되는 생계유지비나 최저임금 같은 것이 그 예죠. 하지만 사실 이건 가난하니까 불쌍해서 주는 구휼자금의 개념이 아닙니다.

이 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정도 가난한 상황에 처했을때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받는 것이죠.

이건 더 가난하니까 받고 덜 가난하니까 안 받고의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일정 기준 이하 가난에 처한 사람에게는 모두 제공되는(물론 그 기준은 현재 국가의 재원에 따라 조정될 수는 있을지언정) 절대적 개념이란 소립니다.

이건희가 최저생계유지비를 안 받는 이유는 부자라서 안 받는게 아니라, 그거 받을 자격조건이 안 되어서 안 받는 것 뿐입니다.

달동네 김씨 할머니가 최저생계유지비를 받는 이유는 그냥 가난하다는 이유로 받는게 아니라, 그것을 제공받을 '가난의 기준' 이하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이 서로 비교해가며 넌 더 부자니까 안 받고 넌 더 가난하니까 받고 하는게 아니란 소리에요. 나라에서 정한 '이 정도 이하면 정말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보장받기 힘들다'하는 절대 기준에 충족되니까 받는 거에요.

요즘 스키/보드 많이들 타시죠? 스키장 슬로프 좌우의 안전망, 매트리스 보호대가 초심자들만을 위한 건가요?

물론 그 혜택을 주로 보는 쪽은 초심자 쪽이 훨씬 많겠죠. 하지만 중급자나 실력이 좋은 선수급 스키어들도 실수로 미끄러져 사고의 위험에 처하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슬로프의 안전장치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최악의 사고'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초심자들만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닙니다.

반대로 무상급식 같은 경우에는 '복지'인 동시에 '교육'에도 포함되는 영역이기에 강제적으로 평등하게 맞추는게 맞습니다. 아이들 간의 불화와 갈등을 조장하지 않고 공동체의식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무상급식은 부잣집 아이든 가난한집 아이든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무상급식의 경우는 위에서 말한 '가난한 집의 밥 못먹는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아이라면 의무교육 하에서 누구나 동등하게 밥을 제공받을 수 있다, 받아야 한다'라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눈에 보이는게 조금 달라 보인다고는 하나, 복지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받아야 하는 권리'입니다.

'소득에 따른 차등 복지' 이건 그냥 멍멍이 소리에요. 그건 복지라고 부를수도 없는 종류에요. 복지의 뜻도 모르는 사람이 지껄이는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복지가 뭔 구세군 냄비인줄 아세요? 복지는 시스템입니다. 나라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위한 안전장치이며 투자에요.

총기류에 빗대 말하자면, 복지는 총기 오발사고로 스스로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안전장치이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불발탄이 났을때 재빨리 다음 발사가 가능하게 해주는 고급 급탄장치 쯤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복지를 부르짖는 진보주의자들을 무슨 낭만주의자 쯤으로 착각하지 마세요. 얼마나 냉정한 시스템 신봉주의자들인데요-_-

세금을 어떻게 거둬들이느냐, 이거에 대해서도 말씀드릴께요.

사실 복지에는 많은 돈이 들고, 그 돈은 결국 세금으로 거둬들이기에 둘이 자꾸 세트로 묶여서 언급되는데 말이죠.

이 둘은 별개의 문제에요. 자꾸 엮지 마세요.

복지는 개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나라에서 대신 시행하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에요. 안보, 치안, 외교 뭐 이런거랑 같은 거죠. 이런 것들을 나라가 개인 대신 해주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고, 이것을 위해 나라는 그 구성원들에게 세금을 걷습니다. 공동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비용을 위해 돈을 거둬들이는거죠.

이 비용을 걷는 것에는 여러가지 법칙이 있습니다만, 정치/경제체제의 오랜 발전 끝에 다다른 결론은 '소득에 따른 차등 세율'이 옳다는 거에요. 아 거 왜 부자 돈이라고 막 긁어가느냐 부당하다 싶죠? 이 빨갱이들 공산주의자들 욕하고 싶죠? 흥분 가라앉히고 들어봐봐요.

부자가 돈을 버는 건 어느날 갑자기 자기 앞마당에서 황금이 쏟아져 나와서 버는게 아니에요. 설령 그렇게 번다고 해도 황금 뜯어먹고 살거 아니잖아요? 그 황금을 시장에 내다팔아 먹거리 입을거리를 교환해 와야죠. 심지어 그 황금도 그냥 땅 파서 나온게 아니라 사회 시스템 안에서 벌어들인거에요. 돈을 잘 버는 사람과 못 버는 사람의 차이가 뭘까요? 사회 시스템을 잘 이용하느냐 잘 못 이용하느냐의 차이에요.

돈 잘버는 사람이 돈 잘 벌어들인 이유가 사회의 시스템을 그만큼 더 잘, 더 많이 효율적으로 이용한 덕분이라면, 그만큼 그 시스템 이용료도 많이 내야 정상 아니겠어요? 그리고 말이죠. 정상적으로 체계가 잡힌 나라라면 치안과 안보는 나라에서 직접 책임져요. 초가집 한채 가진 사람과 100평 기왓집에 창고엔 금은보화 가득한 사람, 둘 중 어느쪽이 경찰력의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걸까요? 소방공무원의 혜택은요? 군인들이 제공하는 안보의 혜택은요? 초가집 한채 딸랑 가진 사람은 전쟁나도 잃을게 별로 없어요. 불이나도, 도둑이 들어도 부자에 비해 금전적으로 큰 손해는 아니에요. 하지만 가진게 많은 사람은 잃을것도 그만큼 많죠. 이런게 바로 부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이유에요.

특히나 상속세, 증여세, 불로소득에 관련된 모든 세금은 더더욱 그러해요. 이건 돈이 돈을 낳는 것이며,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아예 틀어막지는 않더라도 세금을 그만큼 많이 때려야 정상인거에요. 부동산 관련 세금이요? 우리나라 부동산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자본이 대다수잖아요? 땅뛔기 하나 잘 사서 돈벼락 맞겠다는 심산인 분들, 혹시 투기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실까봐 말씀드리는데 그게 바로 투기라는 거에요.

시스템을 원활하게 잘 굴릴수록 사람들이 시스템을 원활하게 잘 이용해서 부를 축적하고, 그럼 그만큼 이용료들을 내라는 거에요. 그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나라의 금고를 채워뒀다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안보/치안/외교/복지 이런 곳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는 거구요.

자꾸 복지를 세금이랑 엮으려 들지 마세요. 자꾸 그렇게 어거지로 엮으니까 복지가 뭔 구휼자금 쯤이라 헛것을 보게 되는 거에요. 안보와 치안에 들이는 비용은 안 아까워 하면서 복지에 드는 비용은 왜 자꾸 아까워 하세요? 부자놈들 자기네가 사회 시스템 속에서 벌어들인 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싫으니까 나라에서 응당 해야할 공공사업들 하나라도 까긴 까야겠는데 안보/치안 이런거 건드리면 욕먹을거 같으니 만만한거 물고 늘어지는게 복지인 거잖아요. 그딴거에 자꾸 속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