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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9 07: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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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김준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 십자가여.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도시여.
호남의 광주여.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로 가셨나요?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디서 쓰러졌나요?
우리들의 아들은 어디에서 죽어져서
어디에 가 파묻혀 있나?
우리들의 귀여운 딸들은
또 어디에 눈을 뜬 채 누워 있나?
우리들의 혼백은 어디에서
찢어져서 산산이 조각나버렸나?
산산이 흩어졌나?
꽃떼들도 나비들도 흩어져버린 광주여.
호남이여.
쓰러지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들의 피투성이 도시여.
죽음으로써 삶을 찾으려 했던
아아, 너 통곡뿐인 남도의 불사조여.
광주여. 불사조여.
남도의 불사조여.
해와 달이 곤두박질치고
이 시대의 모든 산맥들이
엉터리로 우뚝 솟아 있을 때
그 누구도 찢을 수 없고
빼앗을 수 없는 아 아 자유의 깃발이여.
살과 뼈로 응어리진 깃발이여.
우리들의 도시.
우리들의 노래와 꿈과 사랑이
때로는 파도처럼 밀려들고
때로는 무덤만 뒤집어쓸망정
광주여,
이 나라의 민주화를 짊어지고
무등산을 넘어 넘어 삼천리 언덕을 넘어가는
온 몸에 상처뿐인 죽음뿐인
조국의 아들이여.
정말 우리는 죽어버렸나.
더 이상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없이
죽어버렸나.
정말 우리들은 죽어버렸나.
우리들의 피와 살덩이를
삼키고 불어오는 바람이여.
속절없는 세월의 흐름이여.
지금 우리들은 다만 쓰러져서
울어야만 하는가요?
공포와 목숨 어떻게 숨을 쉬어야만 하는가요?
살아남은 사람들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 서 있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밥그릇조차 대하기 어렵구나.
무섭구나.
무서워 어쩌지도 못하는구나.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을 뚫고 나아가자.
백의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나라의 민주화를 짊어지고
삼천리 구비구비 떠도는
조국의 아들이여.
예수는 한 번 죽고 한 번 부활하여
오늘까지, 아니 언제까지 산다던가?
그러나 우리들은
몇 백 번 죽고도 몇 백 번을 부활한
우리들의 참사랑이여.
우리들의 빛이여.
영광이여. 아픔이여.
지금 우리들은 더욱 살아나는구나.
지금 우리들은 튼튼하구나.
아, 아, 지금 우리들은
어깨와 어깨 뼈와 뼈만 맞대고
이 나라의 무등산을 오르는구나.
아, 아, 미치도록 푸르른 하늘을 올라
해와 달을 입맞추는구나.
광주여. 무등산이여.
우리들의 영원한 깃발이여.
꿈이여. 십자가여.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젊어갈 청춘의 도시여.
지금 우리들은 확실히 굳게 뭉쳤다.
굳게 손잡고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