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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09: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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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 대선 때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친구랑 대화를 했습니다.
그 친구 말이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친서민 정책이
그녀가 대통령이 되어야 완성될 수 있는 거라고
그래서 꼭 당선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당시 제가 반박한 내용이 이랬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현직 당대표이고
그녀의 정책은 민주당이 내놓은 정책보다도 민주당스러운 정책이라
민주당은 반대할 명분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되고 완성할 필요 없고
"지금 당장" 하면 된다.
그 정책을 수행한다고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할 게 아니라
해놓고 뽑아달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 안 하네? 왜?
저런 필승전략을 지금도 안 해?
그런데 대통령 돼서 한다고?
할 리가 없다.
이런 식의 대화를 하니
그 친구가 어버버 하면서 대화가 종료되었고
제 예측은 안타깝게도
몇 년 뒤에 증명되었죠.
"지금 당장" 하지 않았던 그 정책
역시나 제대로 하지 않았죠.
지금 상황이 위와 비슷합니다.
정부는 이 사단이 난 이유가
전공의 의존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
전문의 중심 병원 체제로 가겠답니다.
상황 파악은 잘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OECD 국가들은 전문의 전공의 비율을 9:1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을 때
우리 나라는 6:4 5:5 심지어 4:6으로 역전된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전공의 이탈 앞에 속수무책 무너지는 거죠.
전문의 9 전공의 1인 전문의 중심 병원 체제였다면
전공의 빠진다고 휘둘릴 일 자체가 없었겠죠.
아직 전문의도 아닌 수련생 신분인 군대로 치면 훈련명 이등병 급인 전공의,
전체 의사의 9%에 불과한 막내급 전공의 이탈로 의료체계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의료체계가 무너진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기형적인 전공의 의존 구조가 문제의 핵심 중 하나죠.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제 예시에서처럼
전문의 중심 병원 체제.
"지금 당장" 하면 됩니다.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사실 환자 보호자 모두 전문의 vs 전공의 선택하라고 하면
전문의 선택하겠죠.
"지금 당장" 전문의 중심 병원 체제를 만들면
전공의가 돌아오든 말든 상관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공의는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의 중심 병원 체제가 완성되면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파급력이 없잖아요?
그럼 시간 낭비일 뿐이죠.
진짜 사직한 전공의는 이러나 저러나 안 돌아오겠지만
사직을 빙자해 파업 중인 전공의는 돌아올 겁니다.
그 시점에는 복귀 전공의 리스트니 뭐니 의미도 없을 테고요.
전공의 내부 의견의 대세가 바뀔 테니까요.
시간이 부족했다?
당장 2월 3월부터 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했으면
이미 어느정도 완성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하지 않았죠.
돈이 부족했다?
벌써 쓴 돈이 몇 조원입니까.
그 돈 전문의 중심 병원에 썼어야죠.
하지만 하지 않았죠.
지금 상황 아까 예시와 같습니다.
예전에 박근혜 후보는 친서민 정책을 그래도 수행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긴 했지만 생색만 내거나 원래 정책에서 상당히 변형해서 했죠.
그리고 지금, 정부는 전공의 중심 병원을 만들어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하더라도 상당히 변형된 상태로 하겠죠.
다시말하면 정부는 이 사태를 해결할 능력은 둘째치고
애초에 당장 해결할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전공의 욕하면 되니까요.
봐 나는 해결하고 싶은데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아서 해결이 안 된다.
전공의가 나쁘다.
정부가 전공의 탓을 하는 이 상황 안에
모든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데
정부는 왜 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걸까요.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걸까요.
그냥 답답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