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2017-12-14 10:06:06
8/11
'기부자는 본인이 기부하는 아이가 누군지 정도는 알 권리가 있다' 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해외아동 결연인 경우 사진+이름+가정상황+지역 등등 정말 상세하게 인터넷 같은 공개된 곳에 게시되죠? 그걸 보고 아동을 알아보거나, 아동이 그걸 알게 되거나 주변 사람들이 알아봄으로 인해 혹시 모를 일이 생길 가능성이 적으니까요. 그렇더라도, 아무리 먼 나라의 아동들이라도, 아무리 내가 돕는 아동들이라도 그들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저는 정말 싫어요. 나 어려워요, 도와주세요 하면서 신상과 얼굴까지 다 보여주고, 불쌍하게 사진 찍는 거 정말 '후원자를 위한 포르노'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물며 국내아동은 어떨까요? 해외아동결연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아동 결연도 많아졌죠. 그런데 국내 아동의 경우엔 정말 주변 사람들, 친구들, 학교 친구들이 알게 되는 것에도 민감해요. 이런 사업 대상자들의 경우 내국인이면 신상이 노출되는 것에 훨씬 더 자괴감과 수치심을 느낍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는 기본으로 깔고요)
특히 후원자와 아동의 만남은 이쪽 분야에서는 솔직히 최악의 기부 관계라고 봅니다. 기부자와 대상자가 서로를 아는 경우> 기부자만 아는 경우> 서로 모르는 경우가 서로를 위해 가장 좋아요. 만나서 얼굴 보고, '너가 내 후원금을 받았어', '내가 도와주는 아이를 만났어', '내가 널 도와줬어' 하는 상황을 아동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대학생들 장학금 전달식도 아니고, 11살 짜리 아동입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어른을, 그것도 같은 나라에 사는 같은 나라 사람을 '내가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억지로 만나는 것이 정당합니까?
후원하는 일은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아동도 후원자와 같은 권리와 인격을 가진 인격체로 여겨져야 합니다.
그리고 '롱패딩이 유행이던데 원하는게 있으면 말해봐' 라고 했을때, 그동안 후원자가 아동에게 많은 선물을 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면 될까'하면서 모델을 골랐겠죠. 가장 오해 생기기 쉬운 소통 방법이 문자라고 하는데, 그 내용이 문자로 전달되다보니 '나 이거 사줘' 라고 들렸을 수 있습니다.
NGO들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이번 사건은 그것과는 무관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