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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12: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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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씨가 예송논쟁의 의미를 몰라서 그렇게 발언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 분의 경력을 보니, 국사학과 전공인데, 기본적인 예송의 의미는 압니다. 그런데 다스뵈이다에 나가서 말하다 보니, 그냥 사람들의 통념에 기대서 이야기 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현재 국사학계에서 당파싸움을 정당정치의 모범이라고 일반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한 개인 연구자가 16세기의 붕당이나 18세기의 탕평을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할 때 그런 의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기본적으로 전근대사회의 동양적 정치상황에서 나타나는 정치 운용 과정이 서구적 정치 개념으로 설명하기에는 맞지 않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조를 계몽군주나 절대계몽군주로 보는 것도 완전히 타당하지는 않은 것 같고요.
예송의 문제 역시, 주자가레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인데, 근본주의냐 실용주의냐의 대립으로 단순화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예송의 정치적 의미는 결국 신하가 왕의 지위를 결정지었다는 점입니다. 이점은 조선이 예나 의를 단순한 윤리 규범이 아니라, 정치적 개념이나 수단으로 봤다는 거죠. 전우용 씨가 이점을 몰랐을 리 없지만, 예송에 대한 사람들의 통념에 기대었던 거 같죠. 대중을 상대로 하는 프로라서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