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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9 17: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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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이었다. 내가 갓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HJ 컨밴션 센터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우로망스(urromance)로 가기 위해 아이비로네트(ivyronet)역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부스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30금의 로망을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로망 한 개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30금 로망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19금 하는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존잘님 만나야 할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칠 만큼 쳐야 떡이 되지, 전연령이 재촉한다고 30금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저 존잘님 만나야 한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19금 하는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존잘님 만날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로망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로망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로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