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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5 09: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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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로이스터 전 감독에게 반했던 건 이거다.
'항의'
1. 다른 팀 감독은 코치 달고 천천히 걸어 나와서 실컷 항의하고 다시 코치 달고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상대팀은 그런 감독이 나올 때부터 "에이 씨" 신경질을 내며, 빨리 들어가라 소리친다.
그들이 천천히 걸어서 들어갈 때까지 경기는 속개되지 못한다.
그게 그들이 생각하는 감독이라는 직책의 위신이었나 보다.
"양반은 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본 야구는 그랬다.
근데, 그는 달랐다.
항의할 상황이 오면 총알처럼 뛰어 나온다. 그리고 실컷 열을 낸다.
돌아가야 할 상황이 되면 또 뛰어서 돌아간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뛰어 들어가는 건 왠지 항의 상황에 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그들의 야구 문화라고 했다. 어떤 상황이든 최대한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서 다시 힘껏 박수를 친다. "우리팀아,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고 힘내라!"는 뜻일 게다.
2. 심판이 팀 포수나 투수등 야수에게 '뭐라뭐라'한다.
더그아웃에서 보고 있던 그는 득달같이 달려 나와 불 같이 화를 낸다.
뭐라고 하는지 알 순 없지만,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라는 의미로 해석한 사람이 많다.
실제로 후일담을 들어 보면 그런 뜻이었다 한다.
혹시나 우리 선수 주눅들지 않을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 덕에 심판과 잦은 마찰이 발생했다.
선후 관계를 중시하는 이 사회에서 그는 그들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선배였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이라는 이유로 심판들의 반말과 신경질을 감내하면서도, 절대 우리 선수 기죽는 일에 가만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그토록 외쳐댔던 'No Fear' 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수들아, 걱정하지 마. 너희는 야구만 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해."
3. 각 감독이 모인 자리, 2008년 올해 우승팀을 묻는 기자들.
여러 감독들이 SK와 삼성의 우승을 점쳤다. 물론 예의상 겸손한 마음을 담아.
제리 로이스터 : 롯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