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1
2013-09-04 08:28:40
48
나 30년 쯤 전에 메칸더 브이 장난감이 너무 갖고 싶었다.
손가락 길이만한 조립품이었는데, 양쪽 팔 밖에 움직이지 않는 싸구려 장난감.
즐비하던 학교 앞 문방구에 재고로 막 쌓아두던 그저 그런 싸구려 장난감.
그게 100원이었거든.
근데, 예닐곱 살에게 100원이란 돈이 큰 돈임과 동시에 한 지붕 단칸방 일곱 가구가 살던 형편 상 사달란 말을 못하겠던 거야.
스스로 합의점을 찾았지.
야간 근무를 하시고 아침에 들어오신 아버지께서 벽에 박은 못에 재킷을 걸 때 동전 소리가 요란했거든.
잠이 푹 드실 때까지 기다린 후 100원 짜리 하나를 몰래 집어 내달렸다.
가슴은 계속 콩콩 뛰고 문방구 앞에서 들락날락 거리는 날 이상하게 여긴 주인 아저씨가 물었어.
뭐 사려고 왔냐고.
아니라고 하고 그 집을 나와서 학교 등나무 밑에 앉아 울었다.
엉엉 울었다. 근데, 근데 말이야.
죄책감과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보다
장난감 하나도 사주지 못하는 가정 형편에 대한 야속함이 더 커서 결국 사버렸다.
사서 조립을 하고, 학교 등나무에서 그 놈이랑 하루종일 놀았다. 점심도 안 먹고 그냥 막 놀았다.
저녁 무렵 집에 들어가니 출근 준비하시는 아버지께서 어디갔냐 왔느냐고 다그치시데.
놀다 왔다 했는데, 손에 쥔 메칸더를 보신 거야.
어디서 났느냐고, 친구 것이냐고..
대답 못하고 있으니 훔쳤느냐고, 훔친 가게 가자고 볼기짝을 맞다가 말해 버렸지.
아빠 주머니에서 가져갔다고. 훔친 건 같은데, 그게 좀 덜 맞겠다 싶었지.
근데, 더 맞았다. 동네 사람들이 말릴 정도로.
맞으면서 생각했지. 이젠 아버지 주머니에 손 안 대겠다고.
그리고 저금통으로 눈을 돌렸다.